좌충우돌 골프 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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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11-21 02:04:39 [베스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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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초반 골프 시작하신 분들은 비슷하겠지만, 상사의 권유로 시작해 제대로 레슨도 못받고 머리올리고, 이후 부를때마다 '감사합니다' 외치고 가보지만 언제나 백돌이 신세...이걸 한 6년했나봅니다. 힘이 좋아 세게 때리긴 하니 다들 시원하다, 골프 신동이다 하지만 6년째 100개, 110개 치다보니 이래선 안되겠다 싶더군요. 레슨은 시작할 때 한달..중간에 한달이 끝. 유튜브 보고, 필드에서 친구 선배님들에게 원포인트..

 

그러다 깨달음이 왔습니다. 앞으로 2~30년은 더 칠텐데 이런 꼴론 안되겠다..동네 인도어를 끊고 프로를 찾았습니다. 백개좀 깨게 해주세요..레슨 첫날 동영상 찍어 보여주시는데 허미..로테이션이 뭔가요, 릴리즈가 뭔가요, 배는 왜 힘차게 전방 앞으로 튀어나가나요..

 

다행히 프로님이랑 궁합이 잘 맞았나봐요. 일주일 2회 레슨받고, 레슨 없는 날에도 아침 6시부터 1시간씩 연습하고 출근했습니다. 이게 한 6개월..프로님이 먼저 어프로치 보자, 퍼팅 함 보자, 100미터 이내 어프로치는 양발 가운데 두고 치되 왼쪽에 무게를 두고 쳐라, 그래야 가파른 경사 때 공을 뒤에 두고 찍어칠 수 있다, 퍼팅엔 프로가 없으니 연습해라 등등..

 

어프로치가 좀 좋아지니 그러십디다. 이제 퍼팅수가 늘텐데 좌절하지 마라. 어프로치와 아이언이 좋아지면 일시적으로 그렇게 된다. 진짜 투온과 쓰리펏이 많아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 봄이 온 4개월때 쯤 깨백을 하고, 6개월쯤 90대 초반도 가끔 치게됐습니다. 

 

이후 회사 출장때문에 몇달 미국에 오게됐네요. 몇번째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89개를 쳤습니다. 와 이제 되나보다, 드라이버 바꾸고, 머 바꾸고..도로 90대 중반까지 올라갑니다. 이게 대체 왜이러지..백스윙때 왼 어깨가 수평이동하는 거 같아 아래로 밀어넣어보고, 바꾼 드라이버가 무거운 거 같아 스윙도 좀 줄여보고, 아님 또 늘려보고, 골반 턴을 미리 시작도 해보고, 그래도 98개, 99개. 아무리 캐디가 없어 혼자 퍼팅을 한다해도 미들 아이언 이상이 어영부영 하니 영 마음이 불편합니다. 결국 어제 말도 잘 안통하는 미국 프로와 레슨을 계약했네요. 

 

여긴 트랙맨+인도어 강의인데 첫날은 게임 평가였습니다. 몇타치는지, 평소 공 궤적은 어떤지, 어떤 클럽이 잘 맞는지, 10번 어프로치를 하면 핀 20피트 이내에 몇번이나 붙일 수 있는지, 그럼 벙커에선 몇번 붙일 수 있는지, 쓰리펏은 18홀 중 몇홀이나 하는지, 뭐를 제일 바꾸고 싶은지, 궤적은 페이드를 원하냐 드로우를 원하냐 등 20여분간 조사를 합니다. 평소 생각안해봤던 거라 땀이 삐질삐질 납니다..아임 낫 슈어 어바웃 잇 벗...머리속에 제일 좋았던 때만 생각나는데 꾸역꾸역 말했습니다. 

 

"요새 드라이버 페이드와 슬라이스가 다시 심해졌습니다. 이게 가벼운 채를 쓰다 무거운걸로 바꿔서 블라블라" 나름의 문제점을 호소도 하고, 인도어에 나갑니다. 웨지 몸 풀고 쳐보세요, 피칭 쳐보세요, 7번, 우드, 이제 대망의 드라이버도 한번 봅시다..웬걸 긴장했는지 더럽게 또 안맞기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레슨 받았다고 했지, 프로가 뭘 강조하드냐" 백스윙 탑에서 멈추지 말고 하체부터 리듬감있게...오 바디턴, 어쩐지 바디턴이 좋다.."원래 스윙할 때 땅을 먼저 찍는게 목표냐 아님 공을 먼저 치고 싶냐" 아니 세상에 누가 먼저 땅을 치고 싶을까요..차가운 가을날씨인데 티셔츠가 점점 흥건해지기 시작합니다.

 

 트랙맨에 드라이버 어택앵글이 -2.7도 정도로 찍힙니다. 저 트랙맨 처음이라 잘 몰라요 하니 드라이버를 찍어치고 있단 의미랍니다. 그러면서 티 왼쪽 한뼘 부분에 숏티 하나를 추가로 꽂고는 드라이버를 칠 때 숏티를 건드리지 말고 스윙해보라 하대요. 유념하며 풀스윙, 까마득히 날아가는 숏티...오마이갓..제가 왜 아까 89타도 쳐봤다고 프로에게 주댕이질을 했을까요..

 

영상도 다 찍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설명을 해주는데 아니 왤케 공에 가깝게 서있나요, 왜 손목이 다운스윙 도중 미리 풀리나요 이럼 뒤땅을 안칠수가 없는데..주1회 레슨을 받고, 나머지 연습, 다시 주1회, 나머지 연습 루틴으로 6개월 정도면 제가 목표로 제시한 83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이 겨울철이라 그렇지 여름이면 3개월정도면 될 거 같다고 하네요. 원래 24회 패키지(1000불이 넘습니다)를 생각하고 갔는데 웬걸 16회 정도면 올모스트 될 거 같다고 하기에 좀 할인받아 결재하고 왔네요. 

 

생각해보면 레슨 안받은지 벌써 네달...그 사이 얼마나 안좋은 습관들이 생겼는지 실감하고 왔네요. 프로가 왜 골프를 시작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어..그냥 직장에서 시작했는데..하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자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골프를 시작했는지가 궁금해서 물어본다고 합니다. 저 사실은 골프가 재밌어요..그리고 잘치고 싶어요..저 싱글좀 만들어주세요 하고 왔네요. 

 

친구들 보면 유튜브로 배우고 독학으로도 잘만 치는데 전 그런 재주는 없는게 확실한 가 봅니다. 이대로 잘해서 내년 3월쯤엔 80대 한번 다시 찍어봤으면 좋겠네요. 문득 레슨 글을 검색해보다가, 저의 한심했던 8년이 생각나 주절주절 써보았습니다.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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