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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골프 경험기 2 (두주불사 사장님 모시고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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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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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7-05 10:24:00 [베스트글]
조회: 6,090  /  추천: 57  /  반대: 0  /  댓글: 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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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 한달전에 지명을 하셔서,
급도 되지도 않은데...
어제 호랭이같은 임원들 틈에 껴서 공을 치고 왔습니다.

장소는 북한강 근처의 고급 골프장인데, ㄷ ㄷ ㄷ
누추한 제 차로는 솔직히 좀 "차를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발렛을 해주거든요.

동반자는 회사 임원 2분이고, 그러니까 제일 제가 꼬래비죠. ㅠㅠ
이런 거 정말 싫습니다.
다행히 제가 회사에서 인사를 꼬박꼬박 드렸던 임원분들이라... 일단 "저 넘이 여기 왜 왔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배경설명은 이만하고, 본격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음슴체로 빠르게 가보겠습니다.

ㅇ 한달전에 사장님께서 부르셔서, 언제 시간되냐고 물으심. 당연히 없다고 말씀드렸고, 있던 약속 전부 다 캔슬했음. 다행히 골프약속은 아니었음

ㅇ 티안내고 매주 4회이상 연습장 감. 드라이버, 아이언을 갈고 닦음. 회사와서 가장 열심히 연습함.

ㅇ 어제 결전의 날... 패션에도 좀 신경을 씀. 너무 화려하지 않게, 대신 허접하지 않게.

ㅇ 티업은 사장님 예약답게 황금시간대에 배치됨. 새벽에 차가 밀리지 않았으나, 혹시 몰라 1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새벽 4시에 출발. ㅠㅠ

ㅇ 클럽하우스 도착해서는, 미리 빼놓은 퍼터로 연습그린에서 30분 정성스럽게 퍼팅 연습함.

ㅇ 30분 전에 클럽하우스 현관 앞에서 사장님 영접 대기. ㅋㅋ 그래도 인사는 반갑게 드려야죠. 미리 락커 번호표 뽑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짬밥의 역순으로 임원분들 도착하시네요.

ㅇ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 하는데, 임원 두분이 뭘 이것저것 챙겨주십니다. "레드야 이공 쳐봐라"하면서 타이틀 한박스씩 주시고, "레드야 이거 모자 써봐라" 하면서 모자도 주시고, ㅋㅋㅋ 임원분들이 저한테 주시는 건지, 사장님께 드리는 건지... 하여간 저는 얼결에 공 두박스에 모자 하나까지 챙기고 시작합니다. 물론 제 답변은 "아직 제가 타이틀 쓸 실력은 아니지만, 잘 간직하고 꼭 이거 쓰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가식어린 멘트를 쳤습니다. 해장국에 소주 반병식 하고 시작하네요. ㅠㅠ 사장님 말술이시라더니 진짜 소문대로였습니다.

ㅇ 저는 색깔 공 칩니다. 꼬래비가 흰공 써서 괜히 공 헷갈리지 않게요. 저도 제공 찾기 편해서, 왠만하면 동반자들과 다른 색깔 공 씁니다.

ㅇ 카트 옆에 가서 캐디님께... "오늘 제가 막내라서요, 제가 공도 닦고 열심히 뛰어다닐테니까 걱정마세요. ^^"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베테랑 캐디가 배정되어서인지 바로 알아들으시더군요. 진짜 한번도 공 안닦아주심. ㅠㅠ 사장님께서 회원이신데 당연히 사장님께 과하게 서빙하시더라고요. 차라리 그게 다행이었어요.

ㅇ 여러가지 기교나 멘트보다는 매너를 잘 지키려고 엄청 노력했습니다.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시작부터 술을 먹고 시작해서 인지 공은 잘 안맞았습니다.

ㅇ 새로 오신 사장님은 말씀은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해" 하시면서, 아랫것들 어떻게 노는지 매의 눈으로 쳐다보시는 분이라. ㅠㅠ 연습스윙은 한번, 카트하차후 이동은 초상비 수준으로 전력질주, 대신 대충하는 인상을 드리면 안되니... 신중하게 쳤습니다.

ㅇ 개샷을 치더라도... 치고 나서 "아이..ㅆ, ", "으아악" 이런 실망스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을려고 조심했습니다. 그거 되게 듣기 싫잖아요. 이를 악물고 쳤습니다. 대신 잘 안맞으면...가볍게 빈스윙을 한번씩 반성하는 척 하며 했습니다. (그거라도 안하면 복장터질까봐서요)

ㅇ 술이 약간 취해서였는지,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지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페어웨이에서 임원들 앞으로 지나가지 않기, 그린에서 퍼팅라인 밟거나 방해하지 않기 등등을 잘 지키려고 이를 콱 깨물고 쳤습니다. 아... 또 있네요. 그린에서 오케이 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복창하고 재빨리 손으로 공을 주워들었습니다. 친구들하고 가면 퍼터 블레이드로 공을 집어드는데, 이번에는 절대 그러지 않고 손으로 허리굽혀 주웠습니다. 재수좋게 아이언으로 온그린하면 볼마크 자국을 꼬박꼬박 보수했는데, 와아 술취한 줄 알았던 사장님...그걸 옆에서 암말 안하시고 조용히 쳐다보고 계시더군요. 여러분 그린보수기 꼭 사십시오. ㅎㅎ

ㅇ 제일 어려웠던 거... 드라이버 오비 났는데, 사장님이 "레드 하나 더 쳐봐" 했을 때... 이걸 그냥 멀리건 써야 하나, 아니면 감사하다고 말하고 오비티 가야 하나..... 평소엔 멀리건 1개도 안 쓰거든요. 일단 옙 하고 말하고, 채를 바꿔서 아이언으로 멀리건을 쳤는데, 사장님이 또 그걸 좋게 보시더군요. "레드 이놈... 보통은 드라이버로 치는데. 그게 잘 안맞지. 아이언으로 바꿔 치는게 이놈은 어디서 본 건 있어? 어?" 이러십니다. 물론 3번아이언으로 180미터 안착 시켰습니다.

ㅇ 그렇게 이악물고 쳐서 전반은 45개로 막았습니다. 어려운 구장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라... 저는 나름 긴장상황에서도 이정도로 친게 내색은 안했지만 만족했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그늘집에서 이 아저씨들 또 술을 시키시네요. 아놔.

ㅇ 그늘집에서 두부김치 하나 시켜놓고 막걸리 4병 먹었습니다. 소주에 막걸리 각 1병 먹으니, 기분은 좋은데 이제 어질어질 하네요. 후반 첫홀에서 공에 초점이 안맺히기 시작합니다.

ㅇ 역시 이 악물고, 후반에 임합니다. "나는 지금 골프치는게 아니다. 이건 업무의 연장이다. 연장. 정신 차려라" 와나..ㅆㅂ 진짜 이가 아파서 혀를 살짝 깨뭅니다. ㅠㅠ

ㅇ 하늘이 이런 제 노력을 알아주셨는지 후반도 기적의 파 3개를 포함해서 45개로 끝냈습니다. 야호.ㅎ 제가 사장님 다음으로 잘 쳤습니다. (물론 캐디스코어로는 임원분들은 80대, 저는 딱 90개.. ㅎㅎㅎ 임원 스코어의 비밀을 보았습니다.)

ㅇ 후반 중반에 그늘집 막걸리 취기가 확 올라오니까. 와아... 그런 증상 처음 느꼈습니다. 땅바닥이 울렁거리는 건 뭐 밤에 많이 겪어봐서 그러려니 했는데, 햇볕받은 잔디 색깔이 완전 밝은 형광연두색으로 망막에 꽂혀 눈이 부신겁니다? 밤에 헤드라이트 눈뽕 맞으면 느껴지는 그런 증상요. 헉... 그러니까 공이고 뭐고 한 10초 아무것도 안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와아아 죽겠더만요.

ㅇ 와... 그런데 끝나고 나서도 술을 또 마시잡니다. 사장님 왜그러세요. 토요일에 술 이렇게 마시면 언제 쉬세요.??? 골프장 앞 식당에서 점심겸 낮술을 또 엄청 퍼마시네요. 다행히 대리기사를 ㅋㅋ 미리 불러놓으시고 술을 마시니 마음은 놓이긴 합니다. 임만 대리 있다고 해도 대낮에 막걸리에 소주를 타서 어휴... ㅆ 네명이서 소주 6병 막걸리 2병을 비우고 만취상태로 집에 갔습니다. ㅠㅠ 다른 임원분들은 이미 익숙하신지. 그냥 편하게 드시고. 저는 마지막까지 혹시나 실수 할까봐... 으아...

ㅇ 식당 문을 나서면서.... 사장님께서 "레드 너 임마... 공좀 친다? 다음 달에 또 보자. 그때는 돈 많이 가져와 어? 헐헐헐ㅎ " 하시네요. 와놔.... 술주정이신지.

ㅇ 새벽 4시에 나와서, 술취해서 집에 도착하니... 아마 3시였나 4시였나 했네요. 이런 골프는 좀 제가 생각하는 골프는 아니고, 뭔가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거 같습니다. 에혀. 가족들의 한심한 눈빛도 받아보고요. ㅠㅠ

사장님... 살려주세요.
요즘에 그린피도 오르고... 골프한번 치기 어려운데 불러주셔서 감사한 일이긴 한데... 술먹으면서 저렇게 쳐보니까..이게 공을 치러간 건지..아니면 야외에서 술먹자고 골프장 간 건지 헷갈립니다.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걸 참고삼아 한번 써봤습니다.

ㅎㅎ 호랭이 같은 임원 두분도 사장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굉장히 너그러워지시네요. ㅎㅎ 회사에서는 한가락 하시는 분들인데, 술까지 드시니까.. 역시 남자들은 애같네요. ㅋ

추천 57 반대 0

댓글목록

작성일

으아아 주말 근무 뛰셨군요. 너무 고생많으셨어요!
절절하네요... ㅎㅎㅎ 한바탕 폭풍..

    1 0
작성일

거의 주말 연장근무수당 받아야 할 각이었습니다 ㅠㅠ

    0 0
작성일

어른들 특히 임원이나 고객이랑 칠때는 정말 매너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엄청 고생하셨네요 ㅋㅋㅋ 쉽지않으시겠지만 일요일은 푹 쉴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3 0
작성일

집에오자마자 뻗어버리고 새벽에 깼습니다.
섞어마셨더니 뒤끝 작렬하네요. ㅠㅠ
일요일에 해장하게 생겼습니다 ㅎㅎ

    1 0
작성일

마음이 답답해지고 고구마  열개는 먹은듯 한 글이군요..

    1 0
작성일

그 정도는 아니고요 ㅎㅎ
좀 신경을 썼습니다. 술까지 먹으니 경기 자체보다는
부수적인 것들에서 실수 안하려고 좀 애쓴거죠 뭐 ㅎㅎ

    0 0
작성일

글 정말 재밌게 잘 쓰시네요ㅎㅎ
레드님의 긴장감과 고생이 그대로 전해집니다ㅎ

    2 0
작성일

감사합니다. 더 재미지게 계속 올려보겠습니다

    0 0
작성일

전 천구들이랑 가면 전반 끝나고 기본 막걸리 네다섯병을 마시고 후반 기어다니는게 다반사인데 윗사람과 그렇게 마시면 정말 힘드시겠어요..그라도 인정받으셨으니 승진예약 아닌가요? 수고하셨습니다.

    2 0
작성일

ㅎㅎ 회사가 그래도 장난이 아닌게
이렇게 한다고 승진시켜주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은 일이고, 또 골프는 공프로 끝나야지요. ㅎ

    0 0
작성일

고생하셨습니다 ㅜㅜ

    1 0
작성일

위로 감사드립니다! ㅎ

    0 0
작성일

부럽네요...우린 회사는 임원하고 평사원하고 공 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회사라..,

    1 0
작성일

저희도 그렇습니다. 이번에 운좋게 팀장이 되었는데
임원들이나 팀장들 불러서 가끔 치는 정도이고요.
그럴때는 엔빵이고,
사장님 라운드나 되어야 비용걱정 안하고 좋긴 한데 이렇게 업무의 연장이 되어버리니 좋다고 하기엔 곤란하죠 ㅎㅎ

사장님 지명 라운드는 두번째 인데... 사실 드문일이긴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소문 안나게 조심하려 합니다. ㅠㅠ

    1 0
작성일

필력이 좋으세요 재밌게 봤네요. 주말 수고하셨습니다

    1 0
작성일

감사합니다. ^^ 다음에는 더 재미있고 맛깔지게 쓰도록 더한층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0 0
작성일

내일 출근했는데 레드야 골포하더라? 이러면 ㅋㅋ

    8 0
작성일

사장님이 인터넷 안보시는 분이라...ㅋ
골포가 뭔지 몰라요.

    0 0
작성일

그런줄 알았던 사장님의 다른 사이트 ID가 키르크스인걸 보게되는데...

    2 0
작성일

고생많으십니다 ㅎㅎ 그리고 일부러 못 칠 때는 클럽 하나씩 짧게 잡고 제 스윙 하면서 치세요. 그래야 스윙이 안망가진다고 캐디가 조언 해주더군요.

    2 0
작성일

예 ㅋㅋㅋㅋ
그런데 저희 회사는 일부러 못칠 정도로 눈치 주진 않습니다. 골프 잘치는 놈이 일 잘한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ㅎㅎ 제가 조절할 정도로 잘 치지도 못하고요 ㅎㅎ

    1 0
작성일

직장인의 애환이 물씬 느껴지네요
수고하셨습니다

    1 0
작성일

애환이라고 하기엔 저도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술을 좀 많이 먹고, 사장님이 호인 코스프레하시는 까칠남이시라... ㅠㅠ 그게 어려웠죠. 일하실 때도 어찌나 까칠하신지.

    2 0
작성일

호인 코스프레 까칠남이 참 어렵죠..그래서 그 자리에 올라가셨을랑가 생각도 해보지만..걍 호인만 하시지.. ㅠ,.ㅜ
전 작은 회사라 그런지 은근히 사장님이 제 눈치를 보시는 느낌이라 그게 더 어렵네요..혹시나 맘 풀어져서 제가 큰 실수할까봐.. ㅎㅎ

    1 0
작성일

코스프레는 코스프레이고 본질은 까칠남이시죠. ㅠㅠ 어쩌겠습니까. "괜찮아..괜찮아. 천천히 해... 그럴 수도 있지"하시면서 속으로는 "하아...저쉐끼.." 그걸 간파한 제가 대견스럽습니다. ㅎ

사장은 사장이더군요. 실수없이 직장생활 잘 하시길 빕니다. ㅎ

    0 0
작성일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1 0
작성일

감사합니다!! 젠틸레 대박내십시오. ㅎㅎ

    1 0
작성일

고생하셨네요. 저는 회사대표님이랑 나이차도 별로 안나고 허물없어서 친구들이란 칠때보다 더 말방구 넣고 재미있게 치고 있습니다 ㅎㅎ

    1 0
작성일

ㅋㅋㅋ 저도 그리 해보고 싶은데 여기선 이미 늦었습니다.
제가 사장되면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골프장에서는 호칭, 직급 파괴한다!!!!!! ㅋㅋㅋ

    0 0
작성일

직장생활 잘 하시는 분이시군요..  사장님이 지명해서 골프장 갈 정도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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