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2급 두번째 도전기(4편)
  일반 |

밀키스83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 2022-07-22 02:03:43 [베스트글]
조회: 8,309  /  추천: 75  /  반대: 0  /  댓글: [ 45 ]

6월 26일(일)..
저의 라운딩 시작시간은 14:42이였기에 저는 최종 샷점검을 위해 골프장 근처의 인도어연습장을 갔습니다.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매홀 공략하고자 하는 채로 바꿔가며 샷을 하고 있는데 제 바로 앞좌석으로 어떤 잘생긴 훈남이 와서 자리를 잡더군요. 몸도 좋아보이고 샷도 좋고 특히 드라이버를 치는데..
와우..거리가 250씩은 가는거 같더라구요. 그 덕에 저는 스스로 비교되어 드라이버를 백 깊숙히 던져버리고 유틸로만 티샷연습을 하였습니다.
시험코스인 센추리21 마운틴코스는 전장이 전체적으로 짧은 대신, 러프는 물론 페어웨이에서나 그린에서도 엄청난 언듈레이션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비나 해저드 위험이 있는 드라이버보단 유틸로 정확한 티샷을 보내는게 안전하다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서둘러 연습을 마무리한 후 식당에 가서 점심을 때우고 드디어 센추리21 클럽하우스로 들어갔습니다.
스마트워치 포함 모든 전자기기를 휴대하면 바로 실격이기에 휴대폰전원을 끄고 차에 넣어놓고 입장하였고 신원확인후 들어가 바로 퍼팅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합격커트라인이 9홀에 42타 이하인데 그 중 퍼팅이 최소 20개라 생각하고 1시간 가까이 퍼팅연습을 하고 시험대기장소로 갔더니 아까 제 앞에서 저 기죽이던 훈남이 있었습니다. 그분도 저를 알아보시고 오전에 연습장에서 유틸 연습을 많이 하시길래 생체셤 준비생일거 같았다며 인사하시더라구요. 이건 또 무슨 인연일까..
머리뒤에도 눈이 달렸나..어떻게 봤지

시험은 수험생 4명과 KGA(대한골프협회) 소속 시험감독관 1명이 한 조를 이루고 그 감독관이 직접 카트를 몰아 이동하며 저희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스코어를 적은뒤에 확인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린에 도달해도 감독관은 카트에서 내리지 않으시고 매의 눈으로 저희를 지켜보고만 있는데 그 시선이 꽤나 부담스럽습니다. 9홀을 돌 동안 긴장감에 다들 거의 말을 하지않기 때문에 분위기는 무척 무거우며, 감독관은 끝까지 무표정을 유지하는데 그나마 훈남이 가끔 카트에서 한마디씩 꺼내어 그때만 잠깐씩 숨을 쉴수 있었습니다.
그린에서 경사 및 빠르기는 온전히 본인이 혼자 파악하고 당연히 땡그랑 후 홀아웃해야 하는데 이때 긴장감과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르는거 같습니다
나중에 제 옆에 또다른 수험생 아저씨가 1.2미터정도 퍼팅을 하는데.. 손가락 몇개가 떨리는게 보이더라구요.
티비에 나오는 모든 프로님들, 존경합니다


드디어 1번홀.
에구..제가 1번주자네요. 아니야.괜찮아. 수도없이 이미지트레이닝했잖니. 103미터정도니까 P로 하프스윙 부드럽게 하면돼.. 넌 할수 있어!
근데 왜이렇게 많이 구경하니..왜..(퍼팅연습장 바로 옆에 1번홀 티박스가 있습니다.)

긴장과 흥분으로 얼룩진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 후 천천히 백스윙하고 첫번째 샷을 날렸습니다.



와..이 손맛... 머지? (2피스나 커클랜드 골프공만 쓰다가 아껴둔 스릭슨 z-star로 쳐서 그런가)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핀을 향하더니 핀왼쪽 2미터에 멈춰 섰습니다.
그 다음순서인 훈남.. 역시 멋진샷으로 핀오른쪽 2미터에 붙입니다.
그린에 가 발걸음으로 재보니 약 2.2미터.. 첫홀이고 실제 그린빠르기를 모르니 2미터만 쳐서 붙이고 파로 시작하자.

통~~~ 데굴데굴.....땡그랑
맞습니다. 버디였습니다. 1년에 몇번 못하는 버디를 생체시험에서.. 그것도 첫홀에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교회 더 열심히 다닐게요.

이어서 훈남도 버디! 둘다 시작이 좋네요. 조용히 주먹인사를 하고 이동합니다.

2번홀(par4). 전장은 짧지만 엄청난 오르막에, 그린에서도 크게치면 엄청난 내리막퍼팅을 해야하는데..크게 쳤네요..
3미터정도만 쳐야지하고 쳤는데 안멈추고 7미터정도 가더군요.. 보기
3번홀(par5). 비슷한 그린난이도로 역시 보기.

집중하자 집중!!
마음을 다잡고 4번홀. 파

이후로도 티샷, 세컨샷, 써드샷 모두 한샷한샷 최선을 다해 쳤고 2~3번빼고 다 레귤러 온을 시켰습니다. 웨지샷을 할때는 영재파3에서의 프로님 가르침을 상기하며 헤드를 떨어트렸고 퍼팅을 할때는 최고로 집중하였습니다. 근래 몇년동안 무언가에 이렇게 모든 정신을 쏟아부은적이 있었나? 그래. 여기서 다 쏟아붓고 가자..








"밀키스님, 훈남님 축하드립니다. 구술면접도 잘보셔서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

감독관은 마지막홀이 끝나서야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인간미를 내비치시는데.. 이분도 원래 마음씨 좋은사람이였구나 느껴지더라구요

실기합격의 기쁨도 잠시, 저와 훈남은 바로 대기장으로 이동 후 제가 가져온 너덜너덜해진 구술 출제예상문제 종이를 같이 나눠보다가 서로 파이팅하고 각자 구술면접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훈남의 최종 합격결과는 모르지만 잘지내고 있는건 유튜브로 종종 확인하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그분은 골프관련한 유튜버로 제작동영상의 조회수가 적은건 1천여회에서 많은건 72만회도 될만큼 열심히 활동중이였으며 생체2급 뿐만 아니라 kpga 선발전에도 도전할만큼 골프에 진심이더라구요. 기회가 되실때 유튜브에서 "스미스골프TV"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진짜 잘생겼습니다. 공 잘치구요.


밀키스님,
첫번째 질문입니다.
플레이어의 볼이 홀에 꽂혀있는 깃대에 기댄 채 정지하였을때 어떻게 되죠?
.
.
.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포츠일탈에 대해서 설명해 보세요.




마지막질문에 대한 답까지 하고 인사하고 면접장을 나오니 어느새 해가 거의 다 졌더라구요.
그래.. 하얗게 불태웠다..수고했어..내 자신아..


그리고 약 3주가 지난 7월 19일 14시에 합격자 발표가 났고 저는 합격했습니다. 물론 최종 자격증이 나올려면 연수와 현장실습이 남았지만 그건 형식적인 편이라고 하네요.

이번 생체2급을 막연히 마흔살 되기전에 따보고 싶어서 작년에 도전했는데 다음주 마흔살 생일을 앞두고 좋은 결과를 얻어 더욱 기쁩니다. 준비하면서 골프에 진심인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집중훈련할 수 있게끔 저의 소중한 가족도 잠시(때마침) 자리를 비워주었고, 많은 비예보가 있었는데도 다행히 시험중에 비가 오지않는 등 이런저런 운도 많이 따라줬습니다.
지금도 별로 잘치지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이지만 골프에 대해 한단계 더 가까워진건 확실합니다.
우리 골포회원님들도 골프가 너무 재밋거나 혹은 골프에 대해 관심이 떨어져간다면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그 동안 긴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도 가슴 설레는 장비질과 라베를 꿈꾸며 모두 파이팅!^^

추천 75 반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