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성폭력 땐 어떻게 대처?… 면접자 압박하는 ‘미투’ 질문

알림

성폭력 땐 어떻게 대처?… 면접자 압박하는 ‘미투’ 질문

입력
2018.03.15 20:00
11면
0 0

“참아야 한다” 답변 등 노골적 요구

성적 수치심 유발 질문도 많아

회사 “지원자 관점ㆍ생각 점검 차원”

성범죄 피해 질문 사례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폭력 당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A씨는 얼마 전 공공기관 입사 면접에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사회 이슈인 미투(#Me Too) 관련 질문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남성 4명으로 이뤄진 면접관 질문은 생각 이상으로 노골적이었다. “요새 미투 운동이 화제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운을 띄우고는 함께 면접하는 지원자들에게 “일본에서는 미투 운동이 잘 안 되는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동료가 성폭행을 당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거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A씨는 “어감상 이미 ‘(미투가) 조직 분위기를 해친다’는 답이 내려진 것 같았다”고 했다.

한술 더 떠 A씨에게는 “조직이 중요한가, 개인이 중요한가” “조직을 위한다면 성폭력을 당해도 얘기하지 않을 것인가” 물었다고 한다. A씨는 “조직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면 미투 운동을 지지할 것이라고 하자 면접관들 표정이 곧바로 굳어지더라“라며 “그것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채용 면접에서 성범죄 피해 관련 질문을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지원자 관점이나 생각을 점검하는 여러 질문 중 하나라는 게 회사 입장이지만, 말 한마디에 당락이 결정되는 지원자들 고민은 그만큼 더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 지원자는 면접관들이 ‘조직을 위해서라면 참아야 한다’ 식 답변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1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1년 내 면접을 본 구직자 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성범죄 피해를 당하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냐”고 묻는 건 물론이고 “어차피 어리니까 오빠라고 불러” “입사하면 서울에서 남자친구랑 동거하는 거 아니냐”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이 많았다.

심지어 한 구직자는 “우연일지 모르지만 최근 두 곳의 입사 면접을 봤는데 ‘성희롱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 하겠냐’는 질문에 ‘매뉴얼대로 하겠다’고 답한 곳에서는 불합격을, ‘성희롱 당하지 않도록 제가 조심하겠다’고 답한 곳에서는 합격을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 반작용으로 업무나 회식 등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펜스룰(Pence Rule)’이 퍼지면서 ‘그러니 여성은 채용하면 안 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직장 내 성폭력은 명백히 기업 책임이기 때문에 지원자들에게 대응방식을 묻는 것은 책임 회피”라며 “절대 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