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폐업 어깃장에 모집중단 엄포까지'…우리 아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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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23. 오후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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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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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신입원아 모집인데…휴업·폐원 소식에 혼란가중
한유총 "100곳 넘을 것"…교육청 "폐원 쉽지 않아"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사립유치원들이 폐원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유치원 다니는 큰 아이는 어찌되고, 내년 유치원 입학해야 할 둘째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 3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이모씨(33)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립유치원 폐원 소식에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5세 큰 아들을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이씨는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도 국공립 유치원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포기했다"며 "지금 다니고 있는 유치원도 폐원하면 어디에 아이를 보내야 할지 깜깜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와 명단을 전면공개하기로 한 교육당국과 집단 휴업·폐원 카드를 뽑아 든 사립유치원 사이에서 학부모들과 원아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신입원아 모집이 시작되는 11월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학부모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잇단 '폐원' 통보에…학부모 "우린 乙인데" 한숨

경기도의 한 유치원은 지난 15일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서 돌연 '유치원 문을 닫겠다'고 폐원 통보했다. 교육청 감사에 적발돼 '비리 유치원' 명단에 오른 곳이었다.

학부모들은 "비리에 대한 사과를 받고 투명경영에 대한 다짐을 받으러 갔는데 문을 닫겠다고 해 황당하다"며 "일방적으로 폐원 통보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다 지난 일인데 비리유치원 명단에 올라 억울하다'는 말뿐이었다.

23일 전국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따르면 비리 유치원 논란으로 폐원이나 휴업을 결정했거나 고려 중인 사립유치원은 수십곳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립유치원의 폐원 여부는 설립자나 원장의 사유재산 처분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총연합회가 관여하거나 현황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미 10곳이 훨씬 넘는 유치원 원장들이 교육청에 폐원 신청서를 제출했고, 폐원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곳까지 합하면 100곳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내년부터는 신규원아를 받지 않겠다'는 유치원의 통지문이 속속 올라오면서 혼란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5세 딸을 사립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고 밝힌 워킹맘 최모씨(35)는 "국공립 유치원은 대기시간만 2~3년까지 걸려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사립유치원 경쟁률도 3 대 1에서 4 대 1까지 높은 상황에서 학부모로서는 아이를 받아주기만 해도 '감사합니다' 하고 보내야 할 형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립유치원마다 내야 하는 교비가 천차만별이고, 유치원이 교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두 베일에 감춰져 있지만 '을(乙)'일 수밖에 없는 학부모는 아무 말도 못하고 아이를 맡기는 상황"이라며 "사립유치원이 더 줄어든다면 피해는 부모와 아이가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 성모씨(34)도 "온라인 맘카페에서 '어디 유치원이 폐원한다더라'는 글이 올라오면 '당황스럽다' '도망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이를 볼모로 잡고 협박하는 것이냐'는 댓글로 가득 찬다"며 "그렇다고 당장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날 리도 없으니 내 아이를 보내는 유치원만이라도 폐원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회의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대책이 논의 한 뒤 다음주 중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8.10.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유총 "폐원 유치원 100곳 넘을 것"…교육청 "엄단하겠다"

학부모들의 걱정처럼 유치원의 집단 휴업·폐원 사태가 실제로 일어날까.

현재 심각하게 폐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전북 군산의 한 사립유치원 설립자 A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현재 신입 원아 입원설명회는 보류한 상태"라며 "학부모로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사유재산권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계속 운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윤 홍보이사도 "이번 감사결과 공개로 모든 유치원이 '비리유치원'으로 매도돼 많은 원장과 설립자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처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청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이 원장이나 설립자의 사유재산이더라도 휴업·폐원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유아교육법 제8조4항에 따르면, 유치원 폐원은 관할 교육지원청 인가사항이다. 학기 중 폐원도 불가능하다.

폐원 인가를 받기까지 절차도 복잡하다. 우선 모든 학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 원아 분산 수용 계획을 세우고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는 이유는 폐원 사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이유 없이 폐원을 강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 18일 "사립유치원들이 갑작스러운 폐원을 하는 등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할 경우 반드시 엄단 조치할 것"이라며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비리 유치원 사태' 이후 교육청이 폐원 인가를 내준 유치원은 한 곳도 없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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