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온라인 개학 눈앞으로.. IT 외면한 후과로 극심한 혼란, 장기적 계획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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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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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온라인 교육을 해본적도 없는데 1주일 만에 온라인 수업을 다 올리라고 한다” “매번 바뀌는 방침 때문에 매일 출근해서 교육과정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주중·주말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는 전화하고 카톡으로 상황을 묻는다” “정보기술(IT)에 익숙한 교사와 수업의 질이 차이가 나면 비난할 것이 불 보듯 한데 걱정이다”

#학부모. “우리 아이에게는 왜 온라인 학습지도를 안해주나 했는데, 알고보니 학교 홈페이지에 영상을 올렸다고 해서 황당했다” “온라인 학습한다지만 아이가 어려 사실상 학부모 몫이다” “맞벌이라 주중에 할머니가 아이를 돌봐주시는데 원격수업을 해도 학습 자체가 힘들 것 같다”


정부가 온라인 개학 방침을 31일 발표할 전망이다. 다음달 6일 개학이 확정되면서 대입 일정 연기안도 함께 발표가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두고 아우성이다. 더 큰 걱정은 등교 개학으로 인한 집단감염 우려다. 등교를 할 수도, 그렇다고 학사일정을 무작정 미루기도 힘든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이 현실로 다가왔다. 감염병으로 인한 초유의 사태지만, 준비가 안 된 데 대해 교사도 학부모도 불만이 높다. 4차 산업혁명 물결 속에서도 고립된 섬처럼 학교에서는 '온라인'을 외면했던 후과다. 교육부는 5주 개학이 연기되는 동안 낙관론을 펴며 수차례 방침을 수정하는 통에 학교와 학부모는 1주일 만에 미래 교육으로 갑자기 전환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성급한 대안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G 시대에 인터넷 안되는 교실, 이메일도 안쓰는 교사'

정부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전국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 최소 2개 교실에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를 설치한다. 공원에서도 버스에서도 와이파이가 되는 마당에 학교는 예외였다는 뜻이다.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로 실감나는 수업을 해야 할 학교에서는 서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부가 디지털교과서 확산 사업으로 무선 AP 확충에 나섰지만, 그나마 컴퓨터실 등 몇 개 교실 정도였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 단말기를 들고 운동장으로 나가 꽃과 나비를 보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토론하는 식의 수업은 머릿속에서만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로 교사가 온라인 수업 자료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이메일로 자료를 공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교사도 업무용 이메일이 있지만, 행정망에 접속해서 써야 해 교사들 사이에서만 주로 이용한다.

학교가 IT와 얼마나 동떨어진 환경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와이파이가 설치된 학교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IT 환경은 열악하다. 있어도 전문 교사가 없어 방치되기 일쑤다. 문제가 생겨도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조차 못한다. 전산담당 교사가 있어도 국공립 학교에서는 순환제로 인해 시스템에 대해 아는 교사가 거의 없는 지경이다.

◇ 온라인으로 학습, 왜 못하나

교육 전문가들은 자기주도학습 방법 중 하나로 거꾸로 학습(플립드 러닝, Flipped learning)을 꼽는다. 온라인으로 학습 동영상을 미리 공유하고 집합수업에서는 토론을 하면서 지식과 논리를 스스로 쌓아가는 형태의 학습이 거꾸로 학습이다. 거꾸로학습에서 온라인은 필수 도구다.

이런 경험 없이 교실 수업을 대체하는 데 온라인을 활용하려다보니 혼란이 일어난다. 역으로 프로젝트 위주 수업을 해 본 학생은 실시간 영상회의를 활용한 수업도, 동영상을 공유하는 수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신학기에, 교사도, 학생도 경험이 없어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데,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경험자들은 꼬집는다.

프로젝트 수업 역시 문서를 동시에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툴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학생 개개인 성향을 분석해주는 맞춤형 학습 툴도 있다. 하지만 에듀테크는 사교육으로 치부돼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했다.

교육청 별로 원격 교육 지원 담당자를 배정한다지만, 동시에 원격 교육을 하면서 나타날 문제를 해결해주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경상남도 한 중학교 교사는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만들면 된다는 영상을 일주일동안 봤지만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며 “한 학교 당 IT에 능숙한 교사는 1~2명 수준이다. 온라인 교육에 대해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 성급한 수업 대체보다 미래교육 전환점 삼아야

교육부는 4월 6일 온라인 개학에 대해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다. 유치원은 법정수업 일수도 적고 온라인 교육이 힘들어 개학 연기가 예상된다. 초중고 각 학급별로 나눠 개학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학급별이든 지역별이든 어떤 형태로든 4월 6일 온라인 개학은 현실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1주일 안에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교육과정을 완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2주 간격으로 계속 개학을 연기하면서 방침을 바꾼 탓에 학교와 학부모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온라인 학습 지원만을 내걸다보니 제대로 학습 지원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감염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더라도 글로벌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될 경우에 대해 대비해야 하지만, 정부는 낙관적인 상황만을 가정해서 안내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7일 원격수업 기준안을 배포하면서도 교육부는 “원격 수업은 오랜 기간이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1~2주 원격수업을 했다면 관련 내용을 집합수업할 때 정리해주고, 평가도 학교안에서 집합수업 기간 동안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교사는 “원격교육으로 1~2주만 모든 수업을 완전히 대체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겠다는 무리한 생각보다는 이번 기회에 온라인을 활용해 학생이 자기주도 학습을 하고 교사도 온라인을 활용해 앞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만들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를 충분히 지도하고 문제가 생길 때 보완해줄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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