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내 두고 혼자는 절대 못 가" 재두루미 부부의 애틋한 사랑

양지웅 2020. 5. 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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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부부가 5월 중순까지 강원 철원군에 머무르고 있어 화제다.

철원군 관계자는 "재두루미가 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등으로 다들 어려움을 겪는 지금 이들 부부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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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다친 암컷 위해 고향행 포기한 수컷..알까지 낳았지만 부화 실패
철원에 머물고 있는 재두루미 부부 [철원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부부가 5월 중순까지 강원 철원군에 머무르고 있어 화제다.

재두루미는 원래 시베리아로부터 2천㎞ 이상 날아와 10월부터 철원평야 등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낸 뒤 다음 해 3월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다시 이동하는 습성을 보인다.

따라서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까지 철원에 머무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여기에는 재두루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숨어있다.

2005년 재두루미 암컷 한 마리가 날개가 심하게 부러져 구조됐다. 2018년에는 다리에 동상을 입은 수컷 재두루미가 구조됐다.

암컷은 오른쪽 날개에 3곳의 복합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없게 됐다.

철원 DMZ 두루미평화타운 내 두루미 쉼터로 옮겨진 이들은 지난겨울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암컷은 지난달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2개의 알을 낳았다.

부화 실패한 재두루미 알 [철원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부부는 번갈아 가며 알을 품으며 부화를 기다렸지만 40일이 지나도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재두루미는 보통 30∼35일가량 알을 품는데 40일이 넘게 지나면 부화에 실패한 것이다.

철원군은 수컷과 암컷에게 각 '철원이'와 '사랑이'의 이름을 붙여줬다.

군은 지난 3월 이들 부부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철원이는 시베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수차례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내에게 함께 가자는 듯 날갯짓했다.

하지만 날개를 활짝 펼치지 못하는 사랑이는 이에 화답해 날아오를 수 없었다.

결국 철원이는 아내를 위해 고향행을 포기하고 쉼터에 남아 둥지를 틀었다.

새끼를 낳으면 서로 남이 돼 떠나는 여느 새들과는 달리 재두루미는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두루미의 겨울 비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은 부화에 실패한 알과 둥지를 영구 보존하고 일련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재두루미 홍보·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재두루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열매 맺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두루미가 자연 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철원군 관계자는 "재두루미가 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등으로 다들 어려움을 겪는 지금 이들 부부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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