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이 먹는 전투식량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박수찬의 軍]
세계 각국 군대는 병사들에게 영양가 높고 맛좋은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집밥’ 수준의 따뜻한 식사는 불가능한 상황.
‘죽느냐 사느냐’는 위기에 처한 장병들의 사기를 유지하고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단하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분이 충분하며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간편식이 필요했다.
오늘날 군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전투식량이 만들어진 이유다. 처음에는 곡식이나 고기를 말린 ‘굶어죽지 않기 위해 먹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기호품이 포함된 메뉴가 제공되고 있다.
◆전쟁에서 빠진 적이 없는 전투식량
인류가 전쟁을 시작한 이래로 병사들이 간편하게 지니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먹었던 전투식량은 전쟁터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남북전쟁과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등으로 전투식량 수요가 급증했고, 저렴한 가격에 식품을 구입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도시 노동자들의 구매까지 더해지면서 통조림은 군과 민간 사회 식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비슷한 음식만 섭취하다 보니 영양 불균형이 발생, 병사들은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참호전은 불을 피우기가 어려웠고, 맛없는 통조림 식사에 질린 병사들이 전투식량 섭취를 기피해 건강이 악화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전투식량의 영양분을 높이고 입맛을 돋우는 기호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투식량이 바뀌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전투식량은 단순한 식사제공 차원을 벗어나 기호품을 지급했다는 점에서 현대적 전투식량의 원조로 불린다.
가장 대표적인 전투식량인 C레이션은 통조림 6개로 구성되어 있다. C레이션은 고기와 야채를 섞은 요리와 비스킷, 커피, 고형 스프, 분말 레몬, 설탕, 캔디 등이 들어있다. 고기와 야채가 섞인 통조림은 뜨겁게 데워먹는다.
K레이션은 분말스프와 커리를 제외하면 조리를 할 필요가 없는 음식물로 구성됐다. 비타민, 담배, 초콜릿, 껌 등도 포함됐다. D레이션은 맛보다 열량을 고려한 것으로 고농축 초콜릿과 오트밀 등으로 이뤄졌다.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미군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MCI(Meal, Combat, Individual)는 식단 수를 12개로 늘리는 등 영양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 어디서나 손쉽게 먹을 수 있고 영양가도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래커가 든 캔에 구멍을 뚫고 고형 연료를 넣어 불을 붙이면 간단하게 조리를 할 수 있다.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들은 소스나 타바스코, 분말 고추 등의 양념을 갖고 다니면서 필요에 따라 양념을 해서 먹었다.
병사들의 종교나 식성을 고려해 24종에 달하는 메뉴 중에서 인기가 없는 것은 매년 퇴출된다. 그러다 보니 비타민D와 뼈 건강 증진을 돕는 칼슘 성분을 강화한 초콜릿 바, 근육 기능을 높이고 뇌 충격을 억제하는 오메가 3 지방산이 함유된 레몬맛 파운드 케이크 등 다양한 메뉴들이 등장한다. 미군 장병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피자도 있다.
미군은 구강을 통한 섭취 대신 피부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패치형 전투식량도 개발 중이다.
전쟁이 잦았던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전투식량을 사용했다. 삼국시대 신라인들은 전쟁터에서 북어와 미숫가루를 먹었다.
이에 군 당국은 밥과 김치, 고추장 등이 포함된 K레이션을 만들어 장병들에게 공급했다. 현대적 개념이 적용된 첫 전투식량이었다.
하지만 한국인 특성에 맞는 전투식량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1994년 끓는 물에 데워서 먹는 전투식량 1형과 더운 물을 부어서 취식하는 전투식량 2형, 별도 조리 없이 식사가 가능한 특전식량이 개발됐다.
2003년에는 발열체로 데워서 먹는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이 만들어졌고, 2018년에는 상용제품과 유사한 전투식량 S형이 등장했다.
미군이 개발중인 패치형 전투식량도 2026년 이후 개발을 계획하고 있어 군 당국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0년대 우리 군의 전투식량 체계는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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