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생생과학] 시속 320㎞ ·친환경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비밀은 객차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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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23. 오전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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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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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
각 객실 하부 전동기 24개가 출력↑
가감속 뛰어나 국내 곡선주로 지형에 유리
이달 초 영업운행을 시작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이 플랫폼에 정차해 있다. 1차로 운행하는 KTX-이음은 최고속도가 시속 260㎞이고, 순차적으로 시속 320㎞ 열차가 투입된다. 왕태석 선임기자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동요 <기차길 옆 오막살이> 中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이 동요를 듣고 가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칙칙폭폭’ 기차 소리는 과거 증기기관차를 상징했고, 현재도 디젤기관차에서 비슷하게 들을 수 있지만 이제 곧 모든 기차들이 소음이 적은 저탄소ㆍ친환경 고속열차 'KTX 이음(EMU-260)'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경제 일정으로 KTX-이음을 시승한 자리에서 “2029년까지 모든 디젤 여객기관차를 KTX-이음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영업운행에 들어간 KTX-이음은 선로에 혁명을 불러올 3세대 고속열차다. 2004년 4월 프랑스 테제베(TGV)의 기술로 처음 도입한 고속열차 KTX는 시속 300㎞로 달리며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2세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해 2010년 등장한 'KTX-산천'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열차 기술자립화에 성공한 모델이다.

기존의 KTX가 남북으로 긴 한반도의 남쪽을 경부선과 호남선을 축으로 주행했다면 지난 5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이음은 그동안 KTX 구간에서 소외됐던 강원, 충북, 경북 내륙 지역을 관통하며 전국 생활권역을 2시간대로 만드는 초석을 마련했다. 현재 무궁화열차로 서울 청량리~경북 안동 구간은 3시간 36분이 소요되지만 KTX-이음을 이용하면 93분을 단축해 2시간 3분에 주파가 가능하다. 앞으로 KTX-이음은 서해선, 경전선(경남 밀양~광주), 동해선 등에서 운행하며 대한민국 국토를 누빌 예정이다.

KTX-이음은 국내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란 게 이전 세대 고속열차와의 차별점이다. 고속 주행을 하면서도 승차감을 놓치지 않고 친환경성까지 겸비한 동력분산식의 비밀은 객차 아래에 숨어 있다.

동력분산식이 뭐길래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의 차이. 현대로템 제공


KTX-이음을 KTX-산천과 비교하면 동력분산식의 의미를 알기 쉽다. KTX-산천은 동력집중식으로, 동력장치가 열차 맨 앞과 뒤에 달려있다. 머리 칸과 꼬리 칸은 동력차라 승객이 탈 수 없다. 반면 동력분산식은 맨 앞과 뒤를 제외한 객차마다 하부에 동력장치가 분산 배치돼 모든 칸에 승객이 탈 수 있다. 현재 운행 중인 'ITX-새마을'과 'ITX-청춘', '누리로'는 물론 지하철도 동력분산식이지만 이 열차들은 고속열차가 아니다. 무궁화열차는 맨 앞의 동력차가 끌고 가는 동력집중식이다.

영업운행을 시작한 현재의 KTX-이음은 최고속도가 시속 260㎞지만 순차적으로 시속 320㎞를 달리는 KTX-이음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런 속도를 위해서는 열차를 달리게 하는 추진장치,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 선로에서 전기에너지를 받아 들이는 집전장치(판토그라프), 열차 신호장치와 같은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 중 추진장치는 바퀴에 힘을 전달하는 견인전동기와 이를 조정하는 주전력변환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에 해당하는 이 장치들은 동력객차의 하부마다 자리잡고 있다.

1만2,220마리의 말이 끄는 KTX-이음

동력분산식은 동력집중식보다 가속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현대로템 제공


견인전동기는 전기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변환해 바퀴에 전달한다. 전기자동차의 전기모터와 같다. 동력집중식으로 열차 10량이 기본 구성인 KTX-산천은 주전력변환장치가 들어 있는 동력차 하부에 1,100킬로와트(㎾·1마력은 0.75㎾) 견인전동기 8대가 설치된다. 총 견인출력은 8,800㎾이고, 운용 가능한 최고속도는 시속 305㎞다.

시속 320㎞급 KTX-이음은 주전력변환장치와 380㎾ 견인전동기가 동력객차 하부에 6개씩 설치됐다. 6량 열차 중 앞 뒤를 뺀 4량이 동력객차라 견인전동기는 총 24개다. 이를 합친 전체 견인출력은 9,120㎾로 KTX-산천보다 높다.

동력 단위를 마력으로 바꾸면 KTX-이음은 약 1만2,220마리의 말이 끌고 달리는 것과 같은 힘을 낸다. KTX-산천은 약 1만1,790마력이다. 초기 가속도도 KTX-이음이 높아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45초다. KTX-산천은 이보다 17초 느린 62초다.

각 객차들이 동력을 발휘하고 제동을 해 가감속 성능이 뛰어난 KTX-이음은 곡선선로가 많고 역간 거리가 짧은 국내 철도 환경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KTX-이음 개발사인 현대로템 관계자는 “곡선 구간에서도 고속으로 주행하기 위해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인 댐퍼 설계를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KTX-이음 열차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대차. 현대로템 제공


승차감 높이고 환경친화적인 기술



승객의 발 밑에 동력장치가 있는 동력분산식은 소음이나 진동이 동력집중식보다 커 승차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KTX-이음을 체험한 이들은 대체로 정숙한 승차감을 느꼈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객실 바닥에 적용한 플로팅 플로어(바닥 패널이 바닥에서 떠 있는 형태) 기술이 동력장치에서 차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줄인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 결과 KTX-이음의 실내 소음은 시속 260㎞에서 70dBA 이하를 기록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하철 내부(80dBA)보다 낮은 수준이다.

동력분산식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다른 열차들처럼 KTX-이음도 제동을 위해 공기제동과 회생제동을 동시에 사용한다. 공기제동은 압축공기의 압력을 사용해 물리적으로 제동하는 것이고, 회생제동은 제동을 하며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배터리가 충전되는 전기자동차의 회생제동과 유사하다.

물론 이전 세대 KTX도 회생제동을 하지만 KTX-이음은 견인전동기 개수가 24개로 가장 많다. 그만큼 고속에서 회생제동 시 에너지를 절약하며 운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가 적어 유지보수 비용도 절감된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KTX-이음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승용차의 15%, 디젤기관차의 70% 수준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한 고속열차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KTX-이음이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다. 개발이 끝나 상용화 준비에 들어간 고속열차 ‘해무(HEMU-430X)’가 기다리고 있다. 동력분산식의 장점을 두루 갖춘 해무의 최고속도는 시속 430㎞에 달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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