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보다 더 생생한…‘혼합현실’ 기술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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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6. 오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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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나온 페이스북 헤드셋
1만대 넘게 팔리며 인기몰이
삼성·애플도 신제품 출시 박차
비대면·5G 맞물려 산업 확산
SK텔레콤이 페이스북의 최신형 혼합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에 대한 국내 유통권을 확보하고, 지난 2일부터 SKT 5GX 홈페이지 및 전국 SKT 매장 등에서 공식 판매하고 있다. 사진출처: 페이스북


이달 초 <문화방송>(MBC)은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휴먼 다큐멘터리 ‘용균이를 만났다’를 방영했다. 전용 헤드셋을 장착하면 눈 앞에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상현실이 펼쳐진다. 이 기술 덕택에 시청자들은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작업 현장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상현실과 달리,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은 사용자가 있는 실제 공간 위에 가상의 정보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이 두 기술을 접목한 혼합현실(MR·Mixed Reality)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사용되는 사회를 ‘초연결·초실감 디지털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Meta+Universe)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여전히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과 5세대(G) 이동통신 기술 발전과 맞물려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AR 글래스’ 시장, 2024년 4110만대 규모


지난 2일 페이스북의 최신형 혼합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의 판매를 시작한 에스케이(SK)텔레콤은 첫날에만 4000대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1차 준비 물량은 3일 만에 완판됐다. 업계에선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1만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대당 40만원을 웃돌지만, 혼합현실 기술에 대한 잠재 수요가 컸던 셈이다.

물론 ‘오큘러스 퀘스트’가 최초의 혼합현실 기기는 아니다. 구글의 ‘데이드림뷰’나 삼성전자의 ‘기어브이알’ 등 가상현실 헤드셋은 이미 몇년전부터 판매됐다. 그러나 시장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않아 현재는 거의 단종된 상태로, 과거 ‘3차원 티브이’처럼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선 증강현실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사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양도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는 최근 ‘증강현실 글래스’ 시장이 2024년 4110만대 규모로 성장하면서 연평균 188%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이러한 전망에 힘입어 애플과 삼성전자도 최신형 가상·증강현실 기기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혁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 4일 펴낸 보고서에서 “애플은 지난해 가상현실 벤처기업 인수와 함께 가상현실 헤드셋과 증강현실 글래스 연내 출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중국의) 오포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관련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에는 아이티(IT) 기업의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미리 취득해 공개해온 유명 트위터리안 워킹캣(WalkingCat)이 트위터에 ‘삼성 증강현실 글래스’로 추정되는 제품 관련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 화면에서 보이는 ‘비트세이버' VR게임의 한 장면. 사진출처: 페이스북


“메타버스, 전 산업으로 확장 중”


가상·증강현실 기술 활용 분야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달 발간한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서 “게임 중심이었던 메타버스가 마케팅, 콘서트, 의료 등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는 증강현실의 구체적 활용 사례가 담겨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면 유리창에 방향이나 속도 등을 실제 가야할 길 위에 표시해주는 기술을 활용하거나, 보험사가 사용자 주변의 대기질 정보를 증강현실로 실시간 제공해 적합한 위험보장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9년 증강현실을 활용해 가전이나 가구를 사용자 집에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가상·증강현실을 활용한 가상훈련이나 교육 콘텐츠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지난해 10월 자사 기술 콘퍼런스에서 메타버스의 시대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의 20년은 공상과학(SF)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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