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페달 멈추지 않는 치킨산업...빅3, 1조 팔아 2000억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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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8.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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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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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편집자주] 전국 치킨집수는 무려 8만7000여개(2019년 2월 기준), 치킨 브랜드만 470여개에 달한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이다' '퇴직 후 치킨집하면 망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그러나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선두업체들의 연 매출은 지난해 4000억원을 돌파했다. 가맹점 등을 포함한 전체 시장규모는 7조5000억원을 찍었다. 손바닥만한 가게에서 시작해 수천억 매출의 대형 프랜차이즈를 키워낸 창업자들이 빠진 자리를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과 사모펀드들이 대신하며 다시 치킨산업의 성장페달을 밟고 있다. 국민간식 치킨의 네버엔딩 성장비결을 분석해본다.

[[MT리포트]'국민간식' 치킨의 네버엔딩 성장스토리]


한 때 '자영업자의 무덤'이라 불리던 치킨 프랜차이즈가 성장 페달을 멈추지 않고 있다. 치킨 브랜드 빅3의 본사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1세대 창업자가 2선으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면서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본사 기준 지난해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은 4476억원으로 전년도 3801억원에 비해 18%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410억원으로 4%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2014년 이후 치킨 브랜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매출 기준 브랜드 2위 bhc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bhc는 매출이 26%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3186억원에서 4004억원으로 800억원 이상 끌어올렸다. 영업이익은 33%가 늘면서 1300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32.5%라는 영업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전년대비 실적 샹향은 BBQ가 가장 뛰어났다. 매출은 2464억원에서 3395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120% 늘어났다.

첫 4000억 매출을 돌파한 bhc. 영업이익은 1300억원에 달한다. 사진은 bhc 매장./사진제공=bhc


치킨 3사 1조 팔아 2000억 남겼다


치킨 브랜드 3사가 호실적을 나타내면서 이들의 합산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3사의 지난해 본사 매출은 1조1825억원으로 전년도 9451억원보다 2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영업이익이다. 전년도 1621억원에서 2260억원으로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17%에서 19%로 증가했다. 1조원을 팔아 2000억원은 남겼단 얘기다.

'치킨 호황'은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전체로 퍼지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 전문전문점 시장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7조4740억원이다. 2016년 조사 때 보다 53% 성장했다. 은퇴 후 창업 수요가 몰리면서 높은 폐업률로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치킨 시장이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 주요 닭 소비국에 비교할 때 국내 소비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코트라(KOTRA)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닭 소비량은 2000년 6.9kg에서 2019년 14.8kg으로 증가했지만 미국의 43.6kg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한국의 치킨 시장이 3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코스피 상장 첫날인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상장 기념식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창업 1세대 빈자리 대기업 출신 메운다...수익성 극대화


치킨산업의 성장에는 창업 1세대에서 전문경영인으로의 변화가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창업주 권원강 회장이 물러난 교촌은 2019년부터 롯데그룹 출신의 소진세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증시에 직상장했고 중동, 대만 등 글로벌 확장, 수제맥주 인수 등 굵직한 결정을 주도하면서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4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bhc 역시 삼성전자 출신 박현종 회장이 이끈다. BBQ 전문경영인으로 재직하던 박 회장은 bhc를 BBQ에서 분사시킨 뒤 가맹점수 기준 2015년 7위에서 2017년 2위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삼성전자 출신 임금옥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워 시스템 경영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으로 회귀한 사례도 있다. 윤홍근 BBQ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자신이 직접 회사를 지휘하면서 대신 대기업 출신들을 임원으로 중용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가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과 임원을 영입하는 이유는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관리 범위가 넓어지고, 사업 다각화에 필요한 축적된 경험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세대 창업자들이 가맹점 늘리기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사업 구조를 안정화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의 경험을 활용해 제대로 된 회사로 변모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치킨만 팔아선 한계...수익다변화 안간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치킨 판매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은 그동안 치킨업계 안팎으로 지적돼 온 문제다. 성장동력을 얻으려면 사업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수익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치킨업계가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수제맥주는 매장 판매 기준 마진율이 50%를 훌쩍 넘는다.

선두업체는 BBQ다. 지난해 수제맥주펍 옥토버훼스트를 운영하는 브루어리코리아와 손잡고 수제맥주 6종을 선보였다. 경기도 이천에 자체 생산시설로 쓸 수제맥주 양조장도 짓고 있다. 완공되면 BBQ는 연간 150만리터의 수제맥주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교촌은 수제맥주 기업 인수로 한방에 만회한단 계산이다. 최근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운영하는 인덜지의 수제맥주사업부를 120억원에 인수했다. 연 450만리터 규모의 양조장을 통해 하반기부터 전국 교촌 매장에 수제맥주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교촌은 HMR(가정 간편식)을, bhc는 외식브랜드를, 굽네치킨은 피자와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하는 등 수익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배달 주문이 늘었다지만 연말특수도 입학특수도 행사·축제 특수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사업 다각화의 성패 여부가 업계 순위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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