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뚝배기'가 좋은 7가지 이유

입력
기사원문
장회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훅 끼치면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진다. 솥밥도 짓고, 계란찜도 해내고, 무엇보다 보글보글 찌개맛을 내는 데에 최적화된 뚝배기가 슬슬 실력발휘할 때가 왔다. “뚝배기는 자칫 허술해 보이기 쉬운 음식을 한층 근사하고 맛깔스럽게 만들어주는 요물”이라고 찬탄한 <뚝배기, 이 좋은 걸 이제야 알았다니>(구픽)의 저자 서주희씨가 ‘뚝배기가 좋은 7가지 이유’를 공유했다.

뚝배기와인홍합볶음


1. 깊고 진한 맛의 비결 - 탁월한 기능성

음식의 맛을 살리는 것이 조리도구 본연의 역할이다. 뚝배기는 천연광물을 포함한 흙을 고온으로 구워 만들기 때문에 원적외선 영역의 전자기파를 다량으로 방출하는 것은 물론, 열전도율이 낮아 바닥만 금세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릇 전체가 천천히 달아오른다. 열이 재료 속까지 고루 전달되니 자연히 풍미가 좋아진다. 뚝배기와 일반 냄비에 된장찌개를 끓여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빨리 끓지는 않지만, 맛과 식감은 단연 뚝배기 승.


2. 음식의 온기를 품는 그릇 - 열 보존성

기분 좋게 마주한 국물요리가 몇 숟가락 뜨는 와중에 식어버리면 먹는 이의 마음도 차게 식는다. 한국인들은 유달리 음식의 온도에 집착하는 편인데,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가난했던 시절 따스운 밥과 국이 애정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맛도 맛이지만, 찬밥과 식은 국은 여전히 사람을 서글프게 한다. 비열이 큰 뚝배기는 데워지는 데 오래 걸리는 만큼 쉽게 식지 않는다. 음식의 온기를 유지하는 데 뚝배기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

3.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 담음새

같은 음식도 뚝배기에 담으면 두 배로 맛있어 보이는 마법. 실제로 뚝배기는 음식을 한층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준다. 산처럼 높이 솟은 몽글몽글 폭탄달걀찜, 부글부글 요란하게 끓어대는 된장찌개와 청국장, 뿌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이 뚝배기 아닌 그릇에 담겨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건 좀 아닌데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 동시에 “스읍… 하~” 하는 ‘비 숨쉬기’가 절로 나온다. 이런 메뉴들은 역시 뚝배기가 ‘국룰’이다.
굴밥

4.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 모양새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선과 둔탁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빛깔, 묵직한 무게감은 유행이나 트렌드와 상관없는 뚝배기만의 특징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낡을수록 매력을 더해가니 빈티지 감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뚝배기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기계가 요리를 하는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어쩐지 뚝배기는 지금 모습 그대로 주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5. 가성비 끝판왕 - 부담 없는 가격

뚝배기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의 주방용품과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하다. 최근에는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명품이라 할 만한 뚝배기도 생겨나고 있으나 뚜껑이 없는 기본형 뚝배기는 과자 한 봉지 값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저렴하다고 해서 기능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가성비 끝판왕.

해물된장뚝배기

6. 오래 쓰고 새로 쓰고 - 환경 친화적

뚝배기는 흙을 반죽하여 모양을 빚고 말린 다음 고온에 구워 만든다. 그 과정에서 흙 속의 여러 가지 물질에 함유된 수분이 날아가는데,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미세한 구멍이 생긴다. 뚝배기를 숨 쉬는 그릇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뚝배기를 세척할 때는 세제를 쓰지 않는다. 원료나 세척 방법도 그렇지만, 깨지거나 금이 간 뒤에도 화분으로 활용하기 좋으니 뚝배기는 분명 환경 친화적인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명란된장뚝배기와 쇠고기콩비지뚝배기

7. 우리 것이 좋다! - 한국 고유의 조리도구

우리 민족은 탕반(湯飯)민족이라 할 만큼 국에 밥을 말아먹기를 즐겼다고 한다. 전통적인 온돌(구들) 시스템도 재료를 한참 끓이고 우리는 국물요리가 발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뜨거운 국물을 담는 뚝배기 또한 한반도 각지에서 오래전부터 흔히 써왔는데,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과 일본의 식역사에서는 비슷한 물건을 찾아볼 수 없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뚝배기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니, 뚝배기 사용자라면 어깨가 으쓱 솟을 만한 소식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