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의 힘만으로 2년 반 동안 ‘짱짱’…‘우주 돛단배’ 행성 밖 여행시대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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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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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행성협회 발사한 ‘라이트세일2’
범선의 항해 방식 이용한 기술
태양 광자 돛으로 튕겨내 작동

지구 궤도를 비행 중인 ‘라이트세일 2’ 상상도. 넓은 돛으로 태양에서 튀어나오는 ‘광자(빛 알갱이)’를 받아 항해하는 이 우주선은 29개월째 정상 비행하고 있다. 행성협회 제공


탑재한 연료 없이 오로지 햇빛의 힘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2년 반 가까이 지구 궤도를 정상 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우주선은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만들어 움직이는 게 아니라 태양에서 튀어나오는 ‘광자(빛 알갱이)’를 얇은 플라스틱 필름 재질의 돛으로 튕겨내면서 움직인다. 19세기까지 주로 쓰던 범선의 항해 방식을 이용한 이 기술이 미래에 행성 밖 여행 시대를 여는 바탕이 될지 주목된다.

세계 천체과학자들의 모임인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는 이달 중순 자신들이 2019년 6월 발사한 우주선인 ‘라이트세일2’가 29개월째 추락하지 않고 지구 궤도를 정상 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세일2는 기존 로켓과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우주를 난다. 보통 로켓은 액체수소나 등유 같은 연료를 산화제인 액체산소와 섞은 뒤 화학적인 연소를 일으켜 추진력을 낸다. 고온의 가스를 기체 꽁무니에서 내뿜는 것이다. 인류가 로켓을 만들어온 이래 변한 적 없는 작동 원리다.

하지만 라이트세일2는 오로지 초대형 돛에서 추진력을 얻는다. 돛은 플라스틱 재질의 얇은 필름으로 만드는데, 넓이는 권투링 수준인 32㎡에 이른다. 우주선 본체의 크기가 프랑스빵 ‘바게트’ 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돛의 면적은 매우 넓다.

이 기술로 라이트세일2는 고도 687㎞를 유지하고 있다. 행성협회는 “이 고도에는 라이트세일2를 지구로 천천히 끌어당길 수 있는 대기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는 고도 1000㎞까지 얇은 대기가 존재하는데, 라이트세일2는 공기 저항을 돛에 부딪친 광자의 힘으로 이겨내면서 적절한 고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트세일2는 1년간 지구 궤도를 도는 것이 목표였지만, 현재는 이 기간을 훨씬 초과해 작동 중이다. 행성협회는 라이트세일2가 앞으로 1년은 더 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행성협회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는 또 다른 우주 돛단배 연구계획에 라이트세일2 운영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라이트세일2에 달린 돛 기술이 발전하면 거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우주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행성, 저 행성을 돌아다니는 일도 가능하다. 연료가 부족해 항속거리가 제한될 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행성협회는 “미래에는 우주 돛단배를 이용해 태양계 전체를 탐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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