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 journal] 영어도 아니고 한글인데, 읽어도 읽어도 '깜깜'..문제는 문해력이야

김제림 2022. 5. 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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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해석하는 역량 '문해력'
스마트폰 사용으로 갈수록 저하
전략적 독서로 문해력 길러야
저학년땐 부모가 함께 읽어주며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줘야
차근차근 책 난이도 높여나가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21학년도,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국어영역 시간이 끝난 후 교사와 교수들의 평가는 '문제가 평이했다'였다.

그러나 막상 시험이 다 끝난 후 학생들의 반응과 점수는 이들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불수능' '불국어' '2019학년도보다 더 까다로운 시험'이란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라기보다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과 늘어난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에 학생들의 문해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수능 국어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수리력, 외국어 습득능력 등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된다.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문해력은 학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교 성적과도 직결된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문해력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고등학교와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한 교재를 읽고 해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문해력은 법학적성시험(LEET)에도 필요하다.

방대한 지문을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이 요구돼 수능 국어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LEET로 공부하기도 한다. 시험을 떠나 사회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한 기본적인 역량이 문해력이기도 하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하더라도 모든 소통이 비디오나 쇼츠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문서는 대부분 글로 쓰이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결국 장문의 글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문해력은 글쓴이의 생각을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제대로 수용하기 위한 기본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초등학생들까지도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학생들이 글을 통해 차분하게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으로 짧고 쉽고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서 생각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좋은책신사고 관계자는 "어려서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하면서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글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문해력은 국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의 기초학습 능력과 직결되므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꾸준히 글을 읽으면서 어휘를 익히고 다양한 문제를 통해 문해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영희 해법독서논술 단장은 "최근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문해력"이라며 "문해력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추론, 비판 등의 종합 사고력까지 요구되는 소양이라 공부의 기본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학업성취도평가 시행에서 중학교 3학년 중 국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6.4%로 2017년 2.6%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 확산으로 학생들의 '읽기' 경험이 부족해지면서 학생들의 국어 능력이 크게 저하된 것이다.

읽기의 과정을 살펴보면 '텍스트를 눈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음운을 인지하는 단계' '인지한 텍스트로 사실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단계' '파악된 정보로 추론하는 단계'다. 즉 인지능력과 사고력의 함께 받쳐줘야 제대로 된 문해력이 갖춰진다. 인지능력이 초등학교까지의 영역이라면 사고력은 초등학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다. 지금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두뇌는 일단 사고력 전 인지 단계에서부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폭넓은 독서는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휘력과 배경지식, 이해력을 동시에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문해력을 올리기 위한 문제집도 많지만 문제집은 '영양제'이고 독서는 '식사'라고 할 수 있다.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영양제일지 몰라도 결국 긴 시간을 두고 볼 때 문해력을 성장시키고 기본 역량을 기르게 하는 것은 '식사'라고 할 수 있는 독서다.

다만 무작정 읽는 독서는 문해력을 기대만큼 빨리 키울 수 없다. 독서를 하더라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독서할 필요가 있다. 문해력은 단순히 독서량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추론, 재구성이 필요한 능동적 독서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해력에 관한 문제집을 풀면서 능동적 해석을 키워주는 문제를 접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 다만 부모는 글을 읽고 아이는 그림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좋다.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과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은 글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에 대한 이해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단순히 가르치려는 자세보다 함께 읽는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소리 내어 읽어주고 아이들도 소리 내어 읽는 게 좋다. 소리 내어 읽는 과정에서 문장 내 의미 덩어리, 문장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띄어 읽기'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는 '읽기 독립'이 돼 있다고 하더라도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본격적인 교과가 시작하면서 다양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교과를 배우게 된다. 이 시기에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익숙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독서도 도전해보는 게 필요하다. 특히 아이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책을 건네주면서 책에 나온 어휘, 배경에 대한 도움을 준다면 아이의 독서 수준이 한층 향상될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스스로 책을 들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책 내용에 관한 질문을 하거나 아이와 서점 또는 도서관에 가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학교 공부로 빡빡한 스케줄에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여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아이에게 여유시간을 주는 게 좋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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