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현역 복귀' 이원희 "오노 꺾고 올림픽 금메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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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5.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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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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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용인시 용인대학교 유도실기장에서 은퇴 14년 만에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유도 이원희가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연습 중 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고 있다. 최주연 기자


“세계 최강이라는 오노 쇼헤이를 꺾고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게 최종 목표입니다.”

은퇴한지 14년이 지난 40대의 대학교수가 현역 운동선수로 복귀를 선언했다. 그것도 격렬한 격투기 종목이다. 점입가경, 목표가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란다. 코웃음 치며 넘기려다가 그의 이름을 듣고는 화들짝 놀랐다.

국제대회 48연승. 그 중에 44승은 한판승.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유도 73㎏급 금메달리스트. 한국 유도 사상 최초의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 달성.

유도 종주국 일본마저 두려워했던 한국 유도계의 전설이자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41)가 현역으로 돌아왔다.

현역 시절 이룰만한 것은 모두 이뤘고, 이제는 대학교수로 안정적인 삶을 살던 그가 왜 중년의 나이로 현역 복귀를 선택했을까.

22일 경기 용인대학교에서 만난 이원희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는 “내가 다시 도전을 한다면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이 나를 보고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나이 또래인 대한민국 40~50대들이 자극을 받고 더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랐다”고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는 선수로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내 마음속에 숙제 같은 것도 있었다”면서 “내 삶이 나태해진 부분도 있어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22일 경기 용인시 용인대학교 유도실기장에서 은퇴 14년만에 현역으로 복귀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하는 이원희 교수가 학생들과 훈련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이원희는 복귀까지 수년간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짧은 생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다. 3~4년을 고민했다. 용기도 안 났고, ‘다시 해도 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복귀 결심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렸다”고 소개했다.

후배들을 위해 은퇴로 길을 터주는 것이 선배들의 미덕처럼 여겨지는 스포츠계에서 자신의 결정이 후배들에게 부담이 될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이원희는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런데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겠다는 생각에 복귀를 결정했다. 나 같은 노장도 못 이기고 국제대회 나가서 무슨 메달을 따겠나. 내가 도전하는 것이 정말 뜻 있고 의미 있는 그런 길이다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한 이원희는 올해 초 경기도유도회 소속으로 선수 등록까지 마쳤다. 이원희의 현역 복귀 선언에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세계 유도계까지 긴장하고 있다. 이원희는 “아테네 올림픽 남자 유도 100㎏급 금메달리스트인 스즈키 케이지에게서 ‘진짜 복귀하냐. 응원하겠다’는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복귀는 선언했지만 40세를 넘긴 나이에 한창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체력적인 한계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원희는 대학 교수 일과 외에 개인 시간 대부분을 훈련에 할애하고 있다.

현역 시절과 달라진 유도 규칙 역시 그에게는 체력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5분 경기 시간이 4분으로 줄어든 대신 한판과 절반만 점수로 인정되면서 연장 승부가 많아졌다. 연장전도 기술을 성공해야 끝나는 ‘끝장 승부’여서 체력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22일 경기 용인시 용인대학교 유도실기장에서 은퇴 14년 만에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이원희가 학생들과 연습 도중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최주연 기자


그럼에도 이원희는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넣는 고통스러운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 이원희는 “현역 때 상대방 힘을 역이용하는 기술과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많이 했다”면서 “공격을 시도하는 타이밍과 상대방을 파악하는 능력이 많이 무뎌진 것 같아 과거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탁구 국가대표를 지낸 아내 윤지혜씨는 다시 출발대에 선 이원희의 가장 큰 버팀목이다. 그는 “복귀를 하겠다고 말하니깐 아내가 엄청 좋아하더라. 아내가 운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많이 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웃었다.

이원희는 올해 11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안창림 은퇴 후 공석이 된 73㎏급 대표 선발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최종 목표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이원희는 "파리올림픽에서 무조건 금메달이 목표다"면서 "올림픽 2연패를 한 일본의 오노 쇼헤이를 꺾고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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