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생각없이 해야 실행력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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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중요한 과제의 마감일을 앞두고 있노라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어떨 때는 마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한다. 이렇게 불안이 차오르면 불안을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빨리 일을 시작할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높을수록 일을 시작하고 노력을 기울이곤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더해서 추진력을 높이는 등 도움이 되곤 한다. 하지만 긴장감이 불안이 되고 불안이 어느 수준을 넘어버리면 이때부터는 자신감과 의욕이 잠식되기 시작한다.

일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어떡하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운 거 같은데. 망하면 어떡하지?' 등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가 있다. 생각이 늘어날수록 불안만 점점 높아지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결국 불안만 높아지고 일은 손 놓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마감이 코앞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해 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불안은 정점을 찍고 만다. 고삐 풀린 불안에 잠식되는 순간이다.

사실 이런 경험은 꽤 흔해서 다들 한 두번쯤은 이와 같은 상황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걱정과 불안이 많아질수록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망해버린 순간들을 나 역시 꽤나 많이 겪었다. 이쯤 되면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즉각 하는 것이다.

자기통제력을 높이는 '이프덴(if-then)' 방법을 고안한 심리학자 골비처(Gollwitzer)에 의하면 인간은 생각이 많아질수록 행동력이 떨어진다. “아 오늘 병원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바로 병원에 가면 된다. 그러면 해피엔딩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나치게 발달한 뇌를 가진 우리들은 “아 근데 병원 갈 시간에 게임을 하면, TV를 보면 더 즐거울 거 같은데, 밖에 추울 거 같은데, 오늘 좀 피곤한 거 같은데” 등등 10초 안에도 오늘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 수십개를 떠올린다. 또한 과거의 기억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병원에 가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날씨도 추운데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포근한 이불 속에서 뒹굴며 귤을 까먹으면 얼마나 행복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결국에는 “다음에” 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생각이 많아질수록 스트레스와 불안만 높아진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잔뜩 하거나, 언젠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적당한 컨디션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일종의 희망을 가진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한” 날은 잘 찾아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끝을 맞이하고 만다.

이렇게 우리가 어떤 중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데에는 많은 그럴싸한 “이유”가 개입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런 이유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고 내 머리 속 생각들이다. 생각이 많을수록 행동하지 않을 핑계만 적립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많은 경우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이유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그냥 하는 거지. 불안이 다가올수록, 이 불안들이 내 안에서 이 일을 시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늘어놓을수록 생각을 멈추도록 하자. 생각을 하는 것은 나니까, 생각을 멈추는 것도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별 생각 없이, 그냥 빨리 해버리는 습관을 기르자. 불안이 찾아오기 전에 행동하는 습관이 우리의 성공률을 높여줄 것이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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