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옆 반팔…날씨와 ‘눈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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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화 두 번째로 빠른데
일부 지역들은 이례적 한파

“입으면 덥고 볕 없음 추워”
큰 일교차에 옷차림 제각각
당분간 낮·밤 차 15도 이상

“벗자니 춥고 입자니 덥고… 애매하네요.”

경기 부천에서 서울 종로구 직장으로 출근하는 조현기씨(32)는 27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도톰한 베이지색 패딩을 입은 채 이마 위 땀을 훔치고 있었다. 조씨는 “어제 뉴스에서 한파주의보 소식을 봐서 춥다길래 패딩을 입고 나왔는데 좀 덥다”며 “혼자 눈치게임에 실패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벚꽃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후 벚꽃이 두 번째로 일찍 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이날 경향신문이 만난 시민들은 큰 일교차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아침 기온은 0도 내외로 예상됐다. 3월 말로는 이례적으로 경기 남양주, 충북 제천, 전북 무주 등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낮에는 최고기온이 크게 올랐다. 서울 14도, 부산 17도까지 기온이 오르자 아침에 입고 나온 패딩·코트를 손에 들고 다니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이모씨(30)는 얇은 니트 차림에 흰색 털 점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씨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하느라 아침에 옷장 앞에 한참 서 있었다”며 “외근 일정이 있어 혹시라도 추울까봐 두꺼운 옷을 들고나왔는데 내일부터는 그냥 카디건만 있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바람막이와 스카프를 착용한 한영순씨(61)는 “주말에 나들이 갔을 때 쌀쌀하길래 오늘은 외투를 입었는데 또 그렇게 춥지 않은 것 같다”면서 “오히려 지하철에서 벌써 에어컨을 틀어서 추웠다”고 말했다.

낮 12시30분, 벚꽃과 목련이 핀 여의도공원에는 롱패딩부터 반소매까지 다양한 옷차림의 시민들이 점심시간 산책을 나와 있었다. 외투를 입지 않거나 허리춤에 묶은 이들도 많았다.

검은색 경량 패딩을 왼팔에 건 직장인 김모씨(49)는 “걷다 보니 더워서 패딩을 벗었다”며 “직원 중에는 덥다고 반소매 차림으로 온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기온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등 온도 변화가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사계절 내내 똑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투입하기보단 계절 변화에 맞춰 입었다 벗었다 하기 편한 옷을 챙겨 다니는 등 생활 양식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8일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는 2~3도가량 오르겠지만 여전히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0도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28일 낮부터 기온이 차차 오르고, 29일 낮 기온은 평년(최고기온 12~16도)보다 높아지겠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자 프로필

주로 환경, 생태, 기후변화, 동물권, 과학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열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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