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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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4월 29일 오후 6시

우리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출범한 지주회사 체제를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우리금융의 승부수다.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하나금융지주는 ‘복병’을 만났다.

[단독] 우리銀, MBK와 '롯데카드 인수전' 깜짝 참여
인수전, 다시 안갯속으로

29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당초 롯데카드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와 MBK, 한앤컴퍼니 등 세 후보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한화그룹이 막판 불참하면서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무난히 인수전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MBK의 손을 잡고 깜짝 참여하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60%와 20% 인수하는 구조로 컨소시엄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계속 보유한다. 인수후보들이 롯데카드 100%의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투자금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서 승리하면 향후 우리은행이 MBK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사들여 롯데카드를 자회사로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해진 금융지주사 순위 쟁탈전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엔 ‘금융지주사 순위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 첫 분기인 지난 1분기 실적에서 56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하나금융을 제치고 업계 3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1539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하면 3위 금융지주사 경쟁에서 성큼 앞서나갈 수 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손에 넣으면 우리금융은 4위로 밀려나게 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1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지주사 체제 구축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최근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데 이어 국제자산신탁과도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산 순위 6위로 국내 8개 카드회사 가운데 하위권인 우리카드를 단숨에 ‘카드업계 빅3’로 올려놓을 수 있는 점도 우리은행이 도전장을 낸 이유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우리카드+롯데카드’의 자산은 22조6358억원으로 불어난다. KB국민카드(20조5074억원)와 현대카드(15조9438억원)를 밀어내고 3위가 된다. 업계 1, 2위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2006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이후 13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대형 카드사 매물”이라며 “순위 쟁탈전을 벌이는 금융지주사들에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우량(VIP) 고객이 많은 롯데카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인이다.

MBK로선 우리은행과 손을 잡으면서 인수에 성공한 뒤 거쳐야 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PEF 운용사 홀로 나서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 부담도 9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

정영효/정소람/김대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