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집토끼'잡고 '체리피커'쫓을 묘책 있을까?

2016. 10. 12. 1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영리한 고객들 권리찾기에 카드사들 대응책 고심
삼성카드, 충성고객 항의에 마일리지 전환비율 복원
농협카드, 체리피커 사냥감 된 시럽카드 단종 결정
“카드사 맘대로 고객 골라 받는 묘책은 결국 꼼수뿐”

‘화나카드’(하나카드), ‘심한카드’(신한카드), ‘흉기카드’(현대카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각 카드사들의 ‘별칭’입니다. 카드사로서는 그리 기분 좋은 별칭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카드상품이나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을 때면 이런 별칭을 거론하며 성토를 하곤 합니다. 이름에서부터 묘한 반감이 풍기는데요. 일종의 ‘소심한 복수’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명해진 요즘 소비자들, 결코 소심한 복수에만 그치지는 않는데요. 단체로 카드사에 항의전화를 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소송을 불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권리찾기와 그에 대한 카드사들의 대응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집토끼의 분노엔 몸을 낮추고

최근 신용카드 사용자들에게 ‘속 시원한 소식’ 한 가지가 전해졌습니다. 지난 10일 ‘삼성카드’가 자사 아멕스(아메리칸익스프레스) 계열 카드의 포인트를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비율을 예전과 같이 원상복귀 시켰다는 소식입니다. 삼성카드는 지난 7월 아멕스 계열 카드의 포인트를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비율을 애초 15:1(대한항공·아시아나 기준)에서 25:1로 ‘개악’시켜 사용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습니다. 애초에는 ‘15포인트=1마일’였지만, 7월부터는 ‘25포인트=1마일’이 됐으니 그럴만하죠.

사용자들은 삼성카드에 단체로 항의전화를 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죠. 앞서 지난 1월 삼성카드가 슈퍼에스(S) 카드의 보너스포인트 전환 비율을 개악했다 엄청난 반발에 부딪혀 이를 바로잡았던 ‘전사’가 있기에 사용자들은 더욱 강력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결국 3개월만인 지난 10일, 삼성카드는 무릎을 꿇고 말았죠. 한 사용자는 “카드사들이 고객들과의 약속을 휴지조각처럼 여기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아멕스 쪽에서 지난해 12월 마일리지 전환비율 조정을 정식 문서로 요청해 와 어쩔 수 없이 서비스가 개악된 측면이 있다”며 “고객들의 항의가 많아 아멕스와 협의해 원상복귀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삼성카드는 7월 이후 개악된 비율로 마일리지를 전환한 고객에게는 ‘차액(포인트)’을 돌려주는 방식의 ‘피해자 구제책’까지 제시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삼성카드가 전격적으로 마일리지 전환비율을 원상복귀하고 차액 보상에까지 나선 것은 이 카드 사용자들이 전형적인 ‘집토끼’이기 때문입니다. 포인트를 모아 마일리지로 전환을 할 정도의 고객이라면 사용액이 만만치 않을 테죠. 사용기간 역시 길 겁니다. ‘충성 고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나름의 전략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체리피커 사냥에 ‘단종’ 초강수

반대로 전형적인 ‘체리피커’(혜택만 골라서 취하는 얌체 소비자들)의 민원을 대하는 카드사들의 태도는 어떨까요? 카드사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사용하는 충성스런 집토끼와 달리 이들은 ‘혜택’만을 누릴 뿐 카드 매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는데요.

지난 4월 출시돼 ‘알짜카드’로 이름을 날리던 엔에이치(NH)농협카드의 ‘NH올원 시럽카드’는 출시 6개월 만에 11만명(체크카드 18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카드의 최대 장점은 에스케이(SK)플래닛의 모바일쿠폰 앱인 시럽을 통해 전월 실적에 따라 20만원 이상 사용시 1만원, 40만원 이상 2만원, 80만원 이상 4만원, 160만원 이상 8만원, 200만원 이상 10만원 상당의 모바일 현장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최대 5만원권 할인쿠폰을 나눠주던 농협카드가 지난 9월부터 갑자기 모바일 할인쿠폰을 5000원권, 1만원권으로 쪼개 나눠주기 시작하면서 ‘꼼수 개악’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혜택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쿠폰을 쪼개면 사용할 때 번거롭고 때로는 중복 할인이 불가능한 가맹점도 있어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죠.

결론은? 농협카드는 체리피커들의 사냥감이 된 ‘시럽카드’를 단종하기로 결정했고, 오는 17일부터 이 알짜카드는 더이상 발급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농협카드로서는 이런저런 논란에 시달리고, 적자에 시달리던 이 카드를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는 셈이죠.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 아니냐’는 한탄도 나왔다죠.

사용자의 힘-카드사의 꼼수, 승자는?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최근 ‘하나카드’ 역시 민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나카드가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함께 출시한 ‘1Q 쇼핑 에스케이브로드밴드 고객용’ 카드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 통신요금을 자동이체하는 조건에다 전월 카드실적이 단 1회라도 있다면, 24개월 동안 매달 통신요금을 5000원씩 청구할인 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슬그머니 할인액을 ‘자동이체 금액에 따라 ‘3천·4천·5천원’으로 차등화하고 여기에 실적 제외 조건(공과금 등)을 덧붙였다는 주장이 나와 사용자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한 사용자는 “고객을 모으기 위해 ‘유리한 혜택’을 내세우고, 이후에 갑자기 내용을 바꾸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며 “카드 설계를 잘 못한 책임 역시 카드사가 져야지 사용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 관계자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하나카드 누리집의 안내 내용이 충분치 않아 고객에게 혼란을 초래한 것일 뿐, 차등 할인과 실적 제외 조건은 상품 출시 때부터 존재했다”고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자, 이제 체리피커들의 사냥감이 된 ‘1Q 쇼핑 에스케이브로드밴드 고객용’ 카드에 대한 민원을 하나카드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사용자들의 ‘힘’은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할까요? 아니면 카드사가 ‘단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까요?

분명한 것은 세상에 집토끼만 모으고 체리피커는 걸러낼 ‘묘책’이란 없으며, 그 묘책을 찾으려 하다간 ‘꼼수’를 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 박 대통령 한마디에 국·과장 강제퇴직
[단독] 박 대통령, 최순실 건드린 사람은 기필코 ‘응징’
[단독] 최순실 딸 이번엔 이대 의류학과 ‘학점특혜’ 의혹
[단독] “미화원복 입고 고객 승강기 타지마라” 공공기관의 갑질
[카드뉴스] 한국군은 왜 응우옌티탄의 가슴을 도려냈나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오늘의 사설·칼럼][한겨레 그림판][스페셜 콘텐츠]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