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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사는 코니코나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싱가포르도 부킹난 장난 아닙니다. 제가 속한 클럽은 매주 월요일 인터넷 부킹을 하는데, 10초 컷입니다. 부킹을 잘 하려면 빠른 인터넷과 최신의 컴퓨터가 필요하다죠. 불행히 이번주 라운드 부킹에 모두 실패해서 웨이팅 리스트 걸어뒀는데, 운이 좋게 어제, 그리고 오늘 연락이 와서 라운드를 하였습니다. 어제 어지간히도 샷이 안 되서 오늘 아침 연습을 하고 오후 라운드 가기로 합니다.
음, 연습볼 처음부터 뒤땅이네요? 어라? 생크가 나네요? 원래 볼 40개 정도만 치고 가려했는데, 100개나 치게 됐습니다. 그래도 뭔가 찝찝합니다. 그래도 어쩌겠나요. 라운드 갑니다.
첫 티샷, 블루티 기준 440야드 파4입니다. 전 염소과라 티샷이 오잘공 나와야 투온 가능합니다. 역시, 첫 티샷부터 좋네요. 뽕샷입니다. 220야드 남았네요. 안 맞을 게 뻔하니 세컨을 6번 아이언 잡습니다. 역시 좋네요. 탑볼입니다. 그래도 공은 제법 멀리 왔습니다. 70야드 남았네요. 58도로 3/4 스윙합니다. 생크나지 않고 그린 안착, 투펏으로 마무리 합니다. 보기.
이런 흐름이 9번홀까지 지속됩니다. 전반이 좀 까다로워서 파3도 모두 180야드 이상, 파4는 400야드가 기본이고, 짧은 파4는 다 함정이 있습니다. 짧은 파4는 랜딩 지역이 아주 좁거나 장애물이 있는 식으로 핸드캡이 은근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샷이 되지 않으면 홀 근처에 가기 어렵습니다. 어찌어찌 보기로 버티다 5번 홀부터는 어프로치 뒤땅은 기본이고, 샷은 좌우로 춤을 춥니다. 더블이 속출합니다. 이렇게 보기와 더블을 양산하다 간신히 8번홀에 파 1개를 하고, 전반 46개로 마무리 합니다.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10번 홀. 블루티 370야드 파4. 왼쪽에 30미터도 넘는 나무가 있어 페어웨이 우측을 공략해야하지만 너무 우측으로 가면 벙커가 있습니다. 그 사이 랜딩지점 페어웨이가 30야드도 안 되요. 정확히 티샷 해야 합니다. 역시, 공은 좌측으로 갑니다. 145야드 남았는데, 앞에 30미터 넘는 나무가 있습니다. 라이도 안좋고 8번으로는 나무를 넘길 탄도가 나오지 않을 거 같아 그린 앞에 떨구기로 하고 9번을 잡습니다. 헐, 설맞았네요. 핀까지 40야드 남았습니다. 어려운 거리입니다. 역시 다음샷은 뒤땅이죠. 이렇게 10번 홀 4온 2퍼트로 깔끔히 더블을 합니다. 이때부터 정말 마음을 내렸습니다.
11번 홀, 블루티 블루티 195야드 파3입니다. 그래도 앞핀이라 185야드 정도 되네요. 대부분 화이트랑 같은 자리, 165야드에 티박스를 가져다 놓는 데 오늘 확실히 망했습니다. 맞바람이라 190야드 이상 보고 요즘 봉인해둔 3번 드라이빙 아이언을 꺼냅니다. 마음 내려놓고 공을 칩니다. 어? 이번엔 정말 잘 맞았습니다. 그린에 올라갔네요? 이 홀이 우측에 해저드가 있어 좌측으로 당기기 일쑤인데, 이럴수가요? 이번 홀 가볍게 파.
12번 홀. 405야드 파4. 뒷바람이 거세네요. 간만에 때릴 수 있는 홀입니다. 우측 벙커와 해저드가 있긴 한데, 뒷바람이면 캐리 가능합니다. 마음 내려뒀으니 후려칩니다. 뒷바람이 센지 티샷이 멀리 갔네요. 티샷하고 나니 120야드 남았네요. 전 염소과입니다. 뒷바람이 센 거였을 거에요. 47도 웨지 꺼내 듭니다. 헐, 마음을 놓고 쳐야 하나 봅니다. 세컨은 핀 하이. 핀 좌측 6미터에 떨어집니다. 살짝 내리막, 슬라이스 라이 같아 보이지만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왠지 자신 있습니다. 라이 안 보고 과감히 칩니다. 근데 들어가네요??? 첫 버디.
아니, 후반은 너무 전반과 다른 흐름입니다. 이런식으로 손쉽게 파를 하거나 아깝게 보기를 합니다. 17번에 버디 하나 더 하고, 후반은 37개로 마무리 합니다. 이렇게 전후반 토탈 83타. 이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어리둥절합니다. 전반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컨택도 잘 안 되던 샷이 후반에 가니 드라이버 아이언 할 거 없이 정타가 나고, 퍼팅도 불을 뿜습니다.
물론 이런 일 많이 겪어봤지요. 전반 말아먹고 후반을 잘 치거나, 전반 잘 치고 후반 말아먹는 일이요.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공이 안 맞을 땐 제가 화가나고 인상을 쓰고 있다는 걸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유일한 내 취미,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해 온 이 취미를 왜 난 인상쓰면서 어렵게 하고 있는가 말이죠. 너무 스코어만 신경 썼나 봅니다. 전 프로가 아닌데 왜 그렇게 스코어에 집착을 했을까요? 프로야 스코어=돈이지만 아마추어는 그건 아닌데 말이지요.
회원님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골프를 즐기시나요? 전 앞으로 당장의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매 라운드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가능한 많이 달성하려 합니다. 3펏 안하기, 어프로치 뒤땅 안치기, 페어웨이, GIR 같은 목표 말이죠. 스코어와 관계 없이 해당 목표를 달성하면 성공적인 라운드로 인정하고, 이런 일이 5번 혹은 10번 반복되면 골포답게 노렸던 장비를 사는 겁니다.
계획을 세우고 보니 다음 라운드가 기대 되는 군요. 아쉽게도 다음주는 또 부킹 실패로 라운드 계획은 없습니다만, 웨이팅리스트에서 연락 오기만을 기원해 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라운드 하시길 바랄게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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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입니다 ㅜㅜ 왜 이리 집착하게되는지 모르겠네요 진짜좀 내려놓고 즐기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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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내려놓으려고 써봤어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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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 한번 해보고싶습니다.. 티비 나와서 트로피도 받고 ㅜㅜ 이게 제 꿈입니다!! 열심히 해봐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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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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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되네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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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크게는 클챔이 목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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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펏 10개, 좋네요 ㄷ 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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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골프 전도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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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생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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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먹어도 친구들과 자주 필드를 나가는게 목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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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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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표네요. 체력 & 우정 관리 잘 해야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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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잔디 밟으러 나가는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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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만 밟기엔 싱가포르는 좀 더워서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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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모자 똑같은...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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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방수되고 좋은 모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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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도 코로나로 골프 부킹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말레이시아를 못 넘어가니까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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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역시 건강 조심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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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입니다. 라운드 복기를 엄청 잘하시네요. 저는 기억이 잘 안나서 복기가 어렵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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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적으로 망한 홀과 잘한 홀은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같은 곳에서 계속 치다보니 복기가 되기 시작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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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라운드 하고나면 복기가 안돼요.. 갈때마다 새로운곳을 가서 그런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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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홀인원!! 성공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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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절대 안죽게 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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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표네요! 늘 성공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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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와 얼굴 붉히지 않기, 드라이버 죽지 않기, 안정적으로 보기플레이어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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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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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들과 하루 신나고 즐겁게 보내는게 거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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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러면 좋겠네요. 한국에서는 즐겁게 칠 동반자가 많았는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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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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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 펏 안하기보단 1펏 5개 하기 같은 목표를 세우란 얘기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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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에 보이는 코스 혹은 그린을 보고 내 공을 보고 어떤 샷을 해야할지 상상을 하면서 공략을 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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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같은 경우에는 스피드와 공이 들어갈 라인을 상상하곤 하지요. 그런데 샷은 아직 잘 되지 않더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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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yuhyxnbx님의 댓글 niceyuhyx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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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없이 오래오래 즐기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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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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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골프장 다 가보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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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나중에 나이들면 그런다고 하드라고요. 친구끼리 "요즘 몇 개 치냐"고 묻는게 아니라 "너 어디어디 가봤냐?"를 묻는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