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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영국의 산업혁명
세계사 |
dav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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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12-28 12:25:31 조회: 9,402  /  추천: 3  /  반대: 0  /  댓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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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교도의 땅이 밀수꾼의 나라가 되리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독립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취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유야 어찌 됐건 미국 산업 혁명이 거둔 대부분의 성공 사례는 엄연히 밀수로부터 나온 것들이었다. 밀수를 통해서 기계를 들여왔고 밀수를 통해 그 기계를 사용하는 지식을 얻었기 때문이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재퍼슨, 벤저민 프랭클린, 알렉산더 해밀턴, 이렇게 4인방이 전략적 밀수 행위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재무부 장관 해밀턴과 그의 보좌관 텐치 콕스가 이 계획의 주요 인물들이었다. 미국의 현대화를 위한 혁명을 용이하게 수행하고자 기구가 조직됐는데 그 이름도 거창한 '제조업에 대한 격려와 유용한 기술을 위한 협회'였다. 또한 해밀턴은 '유용한 제조업 설립을 위한 협회'라는 단체도 이끌고 있었다.

 


그들이 회피하려고 한 것은 보호무역주의의 영국 정부가 기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던 일련의 무역 제안 조치였다. 1749년 실크와 모직물 생산 장비의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됐고 1774년에는 면직물과 마직물 기계 종류에 대한 제한 조치와 더불어 관련 기술자들의 이민도 금지됐다. 1780년에는 섬유 제조 기계의 유럽 이외 지역 반출 금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영국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도록 금지시켰다. 1780년부터 1824년까지가 지식 확산과 관련된 신경전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다.

 


준비 기간이 있었겠지만 미국의 현대화 계획은 1783년 파리 조약으로 미국의 독립이 승인되자마자 곧바로 행동으로 옭겨졌다. 이전의 여러 해 동안 카리브 해와 대서양에서 이뤄진 미국의 밀수 사업 덕분에 자본력도 충분했다. 어떤 밀수품 거래는 제조업에 직접 사용되기도 했다 예컨대 철강 부품, 실, 마섬유 등은 네덜란드인들로부터 밀수해 공장에 즉시 공급됐다. 독립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제조업 기지를 세우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벤저민 프랭클린이 영국을 여행하면서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일할 기술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기술과 장비 밀수에는 산업 스파이들의 역할이 컸다. 산업 스파이를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은 조지프 헤이그였는데 그는 소면기(carding machine)를 밀수해 필라델피아로 들여왔다. 하지만 부품과 설계도를 훔치거나 기계를 통째로 빼내온다고 해도 이를 작동시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들도 밀수로 방적기를 들여왔지만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직공들을 산업 스파이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직공들을 밀수하기 위해 토머스 디기스(Thomas Digges)는 조지 워싱턴의 특별 임무가 있다는 이유로 고용됐다. 그는 알렉산더 해밀턴이 쓴 《제조업 보고서(Report on Manufactures)》를 더블린과 영국 북부 산업 지대에 배포했는데 이 책자는 일종의 모집 안내서였다. 이후 그는 스무 명가량의 기계 장인과 기술자들을 설득해서 비밀리에 북아메리카로 이주시켰다. 역사에서 드러난 많은 사례들처럼 밀수꾼과 정치인이 실용적인 거래를 성사시켜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와 지정학적 권력 구조의 변이가 일어났다.


이런 인물들 말고도 지적재산권의 절대 행위에 대한 또 다른 장려책이 시행됐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에서는 오직 미국 시민만이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막힌' 정책이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외국인 '주인'이 버젓이 있어도 미국인이라면 그것을 도둑질해 미국에서 특허를 낼 수 있었으며 원래 저작권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의 산업 혁명은 가속도를 더해갔다. 영국은 이민 금지 정책이 실효성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1824년 이를 해제했다. 이제 일부 기계는 수출이 합법화됐으며 다른 기계들도 상표만 합법적인 것으로 바꿔 붙이면 문제없었다. 1825년까지 미국은 영국이 1760년대와 1770년대에 앞장서서 이룩한 면직물 생산 산업의 모든 발명품들을 제작하고 가동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노하우를 확보했다. 영국의 위대한 혁명이 송두리째 도둑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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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개인 관심사가 있는 분야인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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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하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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