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가 10m 앞에 있는데 풀스윙 하신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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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04. 오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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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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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크게 다친 캐디, 경찰에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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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한 골프장에서 캐디가 앞에 있는데도 손님이 주의 안내 없이 그대로 골프채로 공을 쳐 캐디 얼굴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캐디는 사과 없는 손님의 태도와 사고 직후에도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는 모습에 “제2의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며 이 손님을 경찰에 고소했다.

4일 경남 의령경찰서에 따르면 캐디 A(30)씨가 골프장 손님 B(50대)씨를 상대로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지난달 14일 의령군 한 골프장에서 B씨 일행의 경기를 보조했다. 그러다 8번홀에서 B씨가 친 공이 좌측 해저드(골프장 내 움푹 파인 웅덩이나 연못) 구역으로 들어갔다. A씨는 당시 B씨가 친 공이 빨간색 라인을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동해 다음 샷을 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B씨는 당시 아무 경고도 없이 그 자리에서 다른 골프공을 꺼내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150m 정도였다는 점에서 힘껏 스윙을 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 공은 약 10m 앞에 있던 A씨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코 주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또 눈에 받은 충격으로 각막과 홍채 사이 손상이 생겨 안압이 급격히 상승해 실명까지 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도 들어야 했다.

/일러스트=유현호

A씨는 다쳐 119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B씨는 이에 동행하지 않고 골프장에 캐디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한 뒤, 18홀을 모두 다 돌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고소장을 통해 “안내 후 분명히 B씨는 ‘앞으로 가서 치겠다’라고 답했지만 불과 10m 앞에 있는 저를 두고 풀스윙을 했다. B씨는 공을 치기 전 ‘조심하라’는 취지의 경고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캐디를 교체한 뒤 끝까지 골프를 치며 웃고 떠들면서 저에겐 전화 한 통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돈만 있으면 골프 칠 수 있다' 식의 갑질 횡포를 부리는 불량골퍼, 무책임한 골퍼들을 추방하고, 언젠가 생겨날지 모를 제2, 제3의 피해자들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바란다”고 고소 취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B씨는 “당시 ‘앞으로 이동해 쳐라’는 캐디의 안내를 들은 것은 맞다”면서도 “일행 중 한명이 ‘한개 더 쳐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공을 치게 됐다. 골프를 친지 얼마 안되고 공도 잘못 맞아 오른쪽으로 휘면서 사고가 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캐디가 카트에 실려 갈 때 골프장 직원이 ‘연락주겠다’고 해 일단 그대로 경기를 했지만, 마음이 불편해 제대로 치지도 못했다”면서 “상황이 어찌됐건 저 때문에 사고가 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령경찰서 관계자는 “우편을 통해 고소장이 접수 돼 조만간 관련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고소장 내용을 살펴본 뒤, 피해자 진술을 들어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준호 기자 horang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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