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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날아가버렸습니다.
허클어깨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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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8-15 19:03:40 [베스트글]
조회: 3,760  /  추천: 69  /  반대: 0  /  댓글: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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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시작한 결혼생활이 오늘 끝났네요.

처음부터 보았을 때부터 그녀가 좋았습니다. 우울한 세상이 기뻐보일 정도로 그녀가

좋았습니다. 그녀와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그녀는

뭔가 불안함을 느꼈을지도 모르죠. 우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싸우게 된다면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쩌냐고 묻는 그녀에게 난 그냥 별생각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같이 잘 이야기해서, 잘 맞추어가면 우리는 잘 해낼 수 있다고, 적어도 나는 믿는다고

이야기했죠. 적어도 그때는 우리는.. 아니 나는 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결혼과 함께 이직을 했습니다. 이직한 직장은 너무 바빴습니다. 야근이 잦았고, 2012년

연말부터 2013년 매달 해외출장을 갔습니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엇갈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외로워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전화를 하지 않으면 참지 못했고, 야근이

있는 날 밤은 다 부숴버리겠다고 회사로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점점 우울해져갔고,

폭력적이 되어 갔습니다. 그냥 그때는 저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잘해보고싶더 회사일은

점점 더 스트레스가 되어갔고, 예측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공황장애가 오고, 탈모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일년 반만에 자기가 날 먹여살릴테니 그만두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하던 언어치료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니기

전에 하던 특허법인쪽 일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래도 페이의 문제가 있었겠죠.

괜찮아 질 듯 하던 우리는, 이젠 제가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아무것이나 하고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하고싶은 것을 하라고 계속 격려했습니다. 1년반을 쉬고 모아둔 돈이 다 떨어져

갈 때 그렇게 가구목수일을 시작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월 150도 벌기힘든 노가다였죠. 한동안

괜찮았습니다. 노을을 보면서 퇴근하는 길이 아름답다는 것도 그때 알았구요. 그녀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적어도 그녀는 행복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녀가 언젠가부터 묻기 시작했습니다. 행복하냐구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느냐구요.

쉽게 대답하기 쉽지 않더군요. 내 밝은 모습에 내가 행복한 일을 찾은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국을 떠나고 싶어했어요. 직장을 다니는 중에

어학시험을 보고, 유학을 준비하고, 결국 유럽대학원에 합격하였습니다. 저는 목수일을 그만두고

결국 다니던 전 직장에 다시 취업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부터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 서로 감정을

쏟아붙기에는 서로를 잘 알기도 하거니와, 서로를 존중했거든요.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결정했습니다. 

저는 한국을 떠나기가 싫습니다. 기러기 가정처럼 떨어져서 생활이 이어지는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한달전에 서류로도 정리하였습니다. 법원에 갈 때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더운날 같이 손잡고 법원에

가서 근처에 맛있어보이는 짬뽕도 같이 사먹고, 이혼법원에 대해, 이혼하러 오는 사람들을 보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의외로 절차는 간단하더군요.

 

서류를 정리하고도 우리는 같이 지냈습니다. 마치 이혼하지 않은 듯이요. 그녀가 떠난 오늘 전까지,

어제밤도 더위를 참아가면서 같이 마루에 누워 너무 덥다고.. 자기가 가는 곳을 시원할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혼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전까지 한달에 한번이상 자주가던 처가도 그녀가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가던 어제 오랬만에 같이 다녀왔습니다. 지병이 있는 장모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고, 장인은 예전 갈때와 다름이 없더군요. 오랫만에 갔지만 이전에 갈때와 다를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별다른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날씨 이야기를 하고 건강 이야기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왔습니다.

 

오늘 출국하는 그녀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일이 있어 사무실에 혼자와서 앉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여행을 보내는 듯이 거기는 춥다니까 감기 조심하라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하라고

하고 보냈습니다. 공항에서 내려서 버스타는 것 시간 놓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충고도 하구요.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모든게 그렇게 생생한데, 이제 집에 가면 없다고

생각하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네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납니다. 내가 알던 것보다 그녀를 더 많이 사랑했나 봅니다. 

청승맞게 사무실에서 훌적거리고 있는 아저씨라니요.....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 참을 수 없네요.

눈물이 너무 흐르네요. 

 

정을 너무 주었나 봅니다. 결혼하기전 그녀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했을때도 괜찮았습니다.

옆에 있을 사람은 하나면 족하다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처조카들도 너무나 귀여웠구요, 보고싶을 거 알고 있습니다.. 항상 가던 처가에 요즘 가지 못하게 되니,

이모부 왜 안오냐고 물어본다고 하네요. 출장때문에 바쁘다고 둘러댔다는데 이제 보고 싶을텐데 어쩌죠?

어제 갔을 때 장인이 그래도 앞으로 가끔봤으면 하신다고 생각나면 오라고 하시는데 알겠다고 그냥

웃었습니다. 앞으로 보지 못하겠죠? 아니 보면 안돼겠죠?

 

집에 고양이 세마리는 어쩌죠. 엄마는 공부하러 떠났는데.... 이제는 아빠밖에 없는데.....

눈물이 너무 납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네요. 그냥..... 그냥.......

 

그녀의 자리가 비어있는 집 장농을 보면서, 화장품이 없는 화장대를 보면서 그녀의 신발이 사라져

이제는 넉넉해진 신발장을 보면서, 그녀의 것이 모두 사라져 있는 집을 보면서, 이젠 하나만 꽂혀져

있는 결혼반지함을 보면서, 이게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쓸쓸함일까요.

그녀가 그렇게 외로워할 때 내가 출장가고 혼자 있는 집에서 그녀도 이런것을 느꼈겠죠.

내가 출근하고 바쁘다고 야근하는 사이 짐을 정리하고 물건을 혼자 옮기면서 그녀는 외로웠겠죠.

언제 이렇게 다 치웠을까.... 어제야 눈에 들어오더군요.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요...... 

왜 그랬을까요.

 

그냥 눈물이 흐르네요. 잠깐 나가서 세수하고 바람을 쫌 쬐야겠습니다. 


추천 69 반대 0

댓글목록

작성일

전 하드디스크의 그녀가 날아갔다는줄 알고 들어왔다가.....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힘내세요 ㅠ

    9 0
작성일

저도 그생각하고 들어왔네요
^^;

    0 0
작성일

감정이입하면서 봤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헤어졌는데...
만약 저도 끝까지 갔다면
정말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 초래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내세요~~!!

    1 0
작성일

기운내세요!!!..앞으론 더 좋은 일만 가득하실겁니다~~

    0 0
작성일

쩝. ..힘내세요

    0 0
작성일

.

    2 0
작성일

정말 시간이 약입니다

    0 0
작성일

시간만이 약이겠죠...
인생선배님께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힘내십쇼!

    0 0
작성일

힘내세요

    0 0
작성일

서로 행복을 위해서 선택한일이이니
힘내세요

    0 0
작성일

힘내세요.
두분의 문제가 아니라 두분의 주변상황으로 인한 결과여서 안타깝네요.

많은 생각하셨겠지만 아마 더 많이 생각하시겠지만 무사히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2 0
작성일

힘내세요...

    1 0
작성일

.

    0 0
작성일

시간이 약입니다...
힘내세요

    0 0
작성일

이혼... 정말 힘든 결정이셨을텐데 ㅠㅠㅠ
힘내세요 주위의 상황에 두 분이 상처받은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더 승승장구하는 일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0 0
작성일

아ㅠㅠ

    1 0
작성일

이겨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

    0 0
작성일

힘내세요..

    0 0
작성일

위추....

사랑하지 않으면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생각하고 산게 십여년째군요.

개뿔.... 그게 될리가  사람인데요. 그냥 누르고 사는거죠.  힘내세요

    0 0
작성일

힘내십쇼

    0 0
작성일

한국은 두개를 다 잡기기 힘든 .나라에요.ㅠㅠ

    1 0
작성일

위추드립니다ㅠㅠ

    0 0
작성일

무슨말이든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서두

많이 힘들어하시고 많이 아파하시고

이겨내셨음 좋겠어요.

뭐라 드릴말씀이 없네요

    1 0
작성일

힘내시기 바랍니다.

    0 0
작성일

시간이 약이된길 빌어봅니다

    0 0
작성일

요즘들어 싸우는 일이 잦았어요.
싸운다기 보단, 부인은 짜증내고 전 그 짜증에 지치는 거였죠.
난 그 짜증이 듣기 싫었고, 부인은 그 짜증이 왜 나는건지 모르냐며 그게 다 나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갑작스레 혼자 고함을 지르는게 많아졌으며,
예전엔 크게 걱정하며 반응했지만.. 이젠 또 그러네.. 하며 무시아닌 무시를 하네요.
이벤트를 생각해본게, 그 사람을 위해 뭔갈 해봐야겠단 생각을 해본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결국 난 그사람이 내가 힘든걸 알아주길 바랬고 그 사람도 내가 그래주길 바랬고..
난 그 사람의 짜증이 듣기 싫단 핑계로 집안 모든일에 수동적이 되버렸네요. 그 사람에 대한 사랑까지도..
뭔가 남얘기 같지 않아서 공감해서 한참 읽다 생각하다 갑니다.
인생에 100점 짜리 답안은 없어요. 몇개 틀렸다고 다음 시험까지 망칠 수는 없잖아요.
힘내세요. 그리고 힘내봅시다.

    6 0
작성일

뭔가 공감이 갈거 같아요...
결혼은 안했지만, 사람의 심리가

    0 0
작성일

있을때는 모르지만 없어지니 비로소 그 빈자리를 느끼는가 봅니다. 힘내시길

    0 0
작성일

보통사람과는 많이다르네요 두분다...그래도부럽습니다 자기행복을찾아가는모습들이..

    1 0
작성일

묵직한 글에 끝까지 다 읽게 되네요 힘내세요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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