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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의 바람]님이 내시경 이후 설사를 하신다고 다른 분들 경험 물어보는 글을 올리셨는데요.

그 글을 보고 저도 설사로 고생하고 대장내시경하고 했던 기억이 나서 '조금 긴 스토리'가 있다고 나중에 적어 보겠다고 했었는데요. 가볍게 쓴 글이었는데 기대하시는 분까지 계시다니 일이 조금 커진 느낌이라 당황스럽네요 ^^;;

뭔가 드라마틱하고 반전이 있는 재밋고 장황한 스토리는 아니고 그냥 단순히 설사로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그런 긴 스토리인데 이거 어디서부터 포장을 해서 이야기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

아무튼 각설하고 제 장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1. 갑자기 찾아온 만성설사와 대장내시경

제가 어릴 적부터 장이 안 좋아서 고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장염이 걸리거나, 장트러블로 고생했던 기억도 전혀 없는 것을 미루어보면 잘 먹고 잘 싸는 체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학창 시절에 하교하고 항상 같은 시간에 황금똥(음악선생님이 금똥이 건강한 것이라고 함)을 누고 만족스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잘 먹고 잘 싸다가 20대 초반 시절에 어느날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죠. 누구나 한번씩은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매일 매일 그렇게 누게 되니깐 조금씩 심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차라리 복통이나 전조증상 등의 문제가 있었으면 병원이라도 당장 갔을텐데 복통도 없고 전조증상도 없이 화장실 가는 시간 쯤 되면 설사가 나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게 못 참을 정도의 급설사는 아니고, 참으면 참아질 수 있는 그런 정도였습니다. (간혹 인위적으로 다음날에 누고 그랬습니다.)

이게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면서 결국에는 대장내시경을 예약해서 대장내시경을 받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수 있는 [신경성 과민 대장증후군]이라고 하더라고요. 즉, 딱히 이상 소견 없으니 신경을 많이 쓰거나 예민해서 그런거라 말해주는 거죠.

큰 이상이 없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지만, 결국에는 마음에 평안을 조금 얻었을 뿐 얼마 안 지나서 설사는 다시 하더라고요.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을 비웠더니 처음에는 더 편안하고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직도 가끔은 관장을 해서 한번 비워주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물론 실천해본 적은 없어요.

ps.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읽으실 의지가 사라지실까봐 1부/2부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