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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 2시 5분에 신세계 강남점 7층에 있는 골프샵에 갔습니다.
백주대낮이라 그런지 손님도 없을 무.
G400이랑 에픽 시타해보고 싶다 하니 에픽은 없답니다.
M3는 있는가 여쭈어보니 그건 있다고 해 두 개 챙겨 룸에 들어갔습니다.
젊은 놈이 엄브로 트랙저지에 회색 스키니진 입고 가서 그런가 점원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안 살 놈이라는 신호가 대뇌피질에 퍼졌나봅니다.
시타 시스템은 아주 익숙한 골프존.
덕분에 비교해보기가 수월했습니다.

제 스펙은 37살 173/69 근력 없음. 레슨 석 달 받고 이후 독학.
필드 5회 라베 105타, 스크린 120게임 G핸디는 최근에 -1 도달.
드라이버는 야마하 2016 rmx 인프레스 o2 s플렉스를 중고샵에서 눈탱이 맞아 샀습니다.
볼스피드 62~64, 캐리 215전후 런포함 230전후 훅입니다.
골프존 드라이빙 코스를 -3-2-1센터+1+2+3으로 구분하면 -2쯤 떨어지는 드로우와 훅의 경계에 있는 하수입니다.

SR 9.5도 M3부터 쳤습니다.
몸도 안 풀고 친 첫 방이 1시 방향으로 출발해 센터에 떨어졌고 230에서 멈췃습니다. 이상한데?
분명히 정타가 아닌 거 같은데 방향과 거리가 다 좋더군요.
타수가 쌓여가면서 정타와 삐꾸샷의 타감 차이도 느껴지는데 탄착군은 -1에서 센터로 일정하게 나왔습니다.
볼스피드는 최소 64에서 최대 69까지, 헤드스피드도 평소보다 빠르게 나옵니다.
상당히 가볍게 맞아 날아가는 느낌인데 공은 나비처럼 훨훨 날아 생각보다 멀리 가니까 좀 신기합니다.
체감상 왼쪽으로 꺾여 가는 거리가 절반은 줄은 것 같고, 비거리는 평균 10미터 정도 더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음 편히 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 몸도 함께 편해지더군요.
한 20개쯤 치고 G400을 잡아봅니다. 10.5도였고, 샤프트는 sr.

기대가 굉장히 컸죠.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면 관용성이 쩐다!!! 라는 인상이었거든요.
근데 저에게는 적용이 안 되나 봅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컨디션으로 쳤는데 m3처럼 나가지 않고 제 드라이버처럼 훅이 납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헤드 경사가 너무 완만하게 느껴져서 샷도 제대로 안 나가는 것 같고...
10개 정도 치고 다시 m3를 쥐었습니다.
그새 상태가 메롱이 된 건가 확인 차...

아 m3는 죽은 사람도 살리는 화타였습니다.
언제 삐꾸샷을 쳤냐는 듯 좋은 방향 좋은 비거리를 보여줍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시타실에서 날밤 깔 뻔 했습니다.
도합 50개 정도 15분쯤 치고 나오려고 하는데 마침 직원께서 들어와서 쫓아내려고 했더군요.
다른 시타 대기 손님은 없었지만 안 살 거 같은 놈이라 놀 게 놔둘 수가 없었나봅니다.

G400은 가격도 안 물어봤습니다.
M3는 57만 원. 신세계 등급 높은 분들은 카드 할인으로 더 사게 살 수 있겠더군요.
신제품 치고는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아보였습니다.
물론 저는 돈이 없어서 살 수가 없지만...
그래서 후회했습니다.
사지도 못할 거 괜히 만져봤다가 아른거리고 입맛만 다시게 돼서.

앞으로는 살 게 아니면 시타를 하지 않겠다는 깨달음을 얻고 15도쯤 굽은 고개를 잘 부여잡고 집에 왔습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