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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 도착한 나와 같은 편 동반자는 공이 그린 쪽 직벽에 박혀 있는 것을 보고 서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그간 가본 퍼블릭 구장은 모래가 딱딱해서 벽에 맞으면 벙커 가운데로 놔와 있더고만 이런 부드럽고 폭신한 모래는 처음이다. 어떻게 빼야야 할지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미켈슨 횽님이 ‘응 너님 망함’ 하고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나에게 뻑큐 먹여주는 기분이다. 58웨지 대신 50도 웨지로 바꾼다. 그냥 그래야 할거 같다. 트러블샷 할때는 대부분 오른쪽에 놓고 찍어치라는 레슨이 기억난다. JTBC인지 SBS인지 임진환인지 조도현인지...심짱이었나... 출근길 레슨이었나..

오른쪽에... 다리를 175도정도 벌리면 가능하겠지만 동네 개도 그렇게는 안벌어지겠다. 일단 자신있게 찍어보기로 한다.

‘퍽~ 솨솨솨솨~~~~“

모래가 1m정도 하늘로 치솟았다가 앞바람으로 다시 나에게 쏟아진다.

동반자 중 한 명은 그 모습을 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PGA에서 그런 샷을 본적이 있어요. 얼마나 집중했는지 모래가 본인에게도 쏟아지는데도 피니쉬를 안풀더라고요. 그렇게 아름다운 샷을 동영상으로 기록하지 못한 것이 참 아깝습니다. 다만 PGA에선 그러고 한 번에 나왔지만 같은 자리에서 3번째 모래샤워를 맞는 친구를 보니 벙커지만 컨시드 주고 그만 멈추게 하고 싶었어요. 안쓰럽더라구요“

다른 동반자는 이렇게 인스타에 남겼다.

”아마추어는 더블파를 부끄러워 하지만 사실 얼마나 고마운 제도인지 알고 싶거든 ujison의 그 샷들을 봐라. - every amatuer shamed double par, but thank you, just look ujison’s *ucking bunker shot’s’ “

4번홀 – 패배 4배판 당첨 ㅠ.,ㅠ

이 홀 이후 경색된 몸과 반대로 여기저기 흩어진 멘탈은 그늘집 막걸리 링거 처방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였고 예상했던 스크린 점수 +15 는 전반에 시원하게 날려버렸고 오히려 해보고 싶었던 건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임했던 후반에는 선방하며 즐거운 라운딩은 마감되었습니다.

이하는 제 개인적인 깨달음입니다.

스크린의 구질을 필드에서 구현하려고 하지말자.

- 어제 드로우를 날리던 몸은 오늘은 없다. 어제의 몸과 컨디션은 오늘의 몸과 컨디션이 다른 것이다. 오늘의 몸과 컨디션을 존중해 주자.

- 스크린의 퍼티 거리감과 방향성 개선은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스크린의 숫자의 거리감을 몸으로 익히는 것은 별개의 것이다.

어프로치 연습은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필드에서는 내가 그렇게 온전하게 스탠스를 취하게 두지 않을 경우가 많다. 어렵다는 구장은 코스 레이아웃뿐 아니라 미스 샷에 대한 페널티가 분명한 구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날 쩍벌 개쉬샷을 몇 개를 했는지...

스크린에서 러프와 필드의 러프의 차이는 +1 이상이다. 스크린에서는 허리 높이에서 샷하는 경우도 두클럽 길게 잡아야 하는 발보다 낮은 벼랑 라이를 구현하기 힘이 들기 때문에...

결과 : 스크린대비 30개오바 했습니다. 명치 때리는 명언이 있어서 제 맘을 대신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mike tyson“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 맞기 전에는... - 마이크 타이슨)

# 2시간 보고 시작했는데 반나절 날아갔네요. 더 잡고 있다가는 어린이날인데 컴터만 한다고 사단 날거 같은 신변의 위험을 느껴 급 마무리 합니다. 재미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