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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 및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IV.I LOVE US
그 이후 둘 사이는 많은 것이 달라진다. 썸머와 톰은 다투고 난 뒤 둘 다 잠들지 못한 채 전화기만을 바라보며 고민한다. 흔한 연인간 다툼의 모습이다. 먼저 용기를 내 다가오는 건 또 다시 썸머다. 썸머는 집으로 찾아가 톰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톰은 별 말 없이 웃으며 썸머를 안고 둘은 키스를 나누며 화해한다.
톰이 화가 난 이유는 썸머가 화를 냈기 때문이 아니다. 심각한 건 싫다고 이야기하며 우린 단지 친구라고 관계에 끝까지 선을 긋는 모습이 화가 났던 것이다. 그랬기에 톰은 자신을 가지고 놀 생각 하지 말라며 우린 커플이라고 말한다. 톰도 이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톰은 사과를 받고 둘은 화해한다. 왜냐 하면 톰이 우린 커플이라고 썸머에게 말한 그 순간부터 썸머가 둘의 관계와 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게 되었기 때문이다. 썸머가 무어라 이야기하고 어떻게 생각하든, 톰에게 썸머는 여자친구이며 둘은 커플이다.
이후 둘은 이별하게 된다. 썸머는 회사를 그만두고 톰은 실의에 빠져 생활한다. 사장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 건지 장례 관련 카드 문구를 쓰라고 권한다. 그 순간 톰은 책상 위에 I LOVE US라고 적힌 카드를 바라본다. 카드의 문구는 톰이 썸머를 보고 생각해낸 문구다. 여러 번 앞에서 강조했듯 감독은 영화를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이야기로 정의하며 시작한다. 이 카드의 문구는 꽤나 상징적인데, US라는 건 결국 그 둘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연인이라는 ‘우리US’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고, 또한 톰과 썸머와 관련하여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렇다. -둘의 관계에서는 좋아해 Like 라는 단어만 등장하지, Love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얼핏 톰은 소심하고 답답해서 연애센스가 없는 이기적 순정파로 보일 수 있지만, 위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 톰은 썸머 뿐 아니라 그가 썸머와 만나 만든 ‘우리’라는 관계를 사랑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톰이 카드 문구를 ‘직접’ 그렇게 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제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다.
V. No one's got it all
톰은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를 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연히 썸머를 마주하지만, 또 다시 용기를 내지 못한다. 또 다시 썸머가 용기를 낸다. 썸머는 얼떨결에 부캐를 받게 되며 둘은 함께 춤을 추고 낭만적인 밤을 보낸다. 썸머는 며칠 후에 있을 자신의 파티에 톰을 초대한다.
톰의 기대와 현실이 이분할 화면으로 전개되는 화면은 강렬한 페이소스를 지닌다.
이 때 배경으로 hero라는 곡이 깔린다. 가사가 참 역설이다. I'm the hero of the story, Don't need to be saved, No one's got it all(나는 이야기의 영웅, 구원받을 필요 없지,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어.) 이야기의 주인공임에도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가사가 절묘하다. 구원받을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만하던 그는 파티에서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썸머의 왼손 약지의 반지를 보고 만다. 아는 사람도 없이 오직 자신만을 생각해서 파티에 온 톰의 마음을 썸머는 알았을까?
‘썸머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건 아는데, 난 아니라고 봐 그냥 좋은 것만 기억하는 거야. 다시 돌이켜 보면 알게 될 거야.’ 썸머와 헤어진 뒤 실의에 잠긴 톰에게 레이첼은 말한다. 이제 다시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 영화는 철저하게 톰 관점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억은 왜곡된다.
영화가 톰의 입장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썸머의 감정선을 공감하며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서두에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감독은 굉장히 영리하다. 처음부터 ‘나쁜 년’으로 영화를 시작하면서 톰의 입장에서 썸머를 회상하지만, 영화의 원제는 ‘(500) Day of Summer' 이다. 물론 의미상으로는 500일의 썸머라는 한국 번역 제목도 맥락이 적절하지만 사실 Day of Summer는 여름날이라는 뜻에 가깝다. 직역하면 여름의 날, 즉 썸머의 날이 되는 것이다. 내용 자체는 톰의 회상이지만 영화를 아우르는 제목은 썸머의 관점에서 정해졌다. 영화를 보고 나면, 썸머의 직접 드러나지 않은 생각들이 궁금해진다. 썸머는 톰을 사랑했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VI. Day of Summer
영화는 결국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만남이 어떻게 가능하고 유지되는지에 관한 답을 ‘취향’에서 찾는다. 취향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옳고 그름이 있는 것 같다. 서로가 다르게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틀리다고 호도하면서 자신의 것을 옳다고 강요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옳은 방식이 아니다.
영화 '졸업'을 보러간 날 결말 장면에서 우는 썸머를 톰은 이해하지 못한다. 두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짧게 다루는 영화의 초입에 운명적인 사랑을 기대하는 톰의 사고방식은 영화 '졸업‘을 오해하면서 생겼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톰은 '졸업'의 두 남녀가 현실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감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막상 불같은 감정과 사랑에 이끌린 후 불확실한 미래, 웃음기가 사라진 여주인공의 표정, 행복하면서도 불안하고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인.‘졸업’의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둘이 함께이지만 그들이 자유를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가 철저히 톰의 시선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레이첼의 말처럼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좋은 것만 기억된다. 영화가 톰의 회상이면서도 썸머의 감정선에 고개를 수긍할 수 있는 이유다. 톰 역시 마지막에 공원에서 썸머와 만난 후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기에 영화는 톰의 시선이면서도 썸머의 날들을 차근히 되짚어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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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톰은 면접장에서 운명적으로 어텀을 만난다. 붉은 눈동자에 적갈색 머리, 구릿빛 피부톤은 썸머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름처럼 가을을 연상시킨다. 톤다운 된 브라운 카키색 코드로 등장하는 톰과 어울리는 운명처럼 보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남자를 만난 것을 썸머는 운명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썸머가 톰에게 그랬듯 그리고 톰이 어텀에게 그랬듯 한 발을 먼저 다가가려는 공감과 이해의 노력을 해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용기로 톰과 썸머가 교제하게 되고, 썸머와 남편이 결혼까지 하게 된 것처럼 어텀 역시 선약을 깨고 톰과의 만남을 수락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에서는 썸머 다음 어텀 역시 운명의 순서인 것처럼 묘사하지만 아니다. 영화의 첫 장면처럼, 그건 단순한 우연이다. 그녀가 어텀임을 알게한 것은 운명도 무엇도 아닌 톰이 먼저 이름을 말하며 다가간 용기와 이해의 노력이다.
썸머는 톰에게 먼저 발을 내딛고, 톰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부던히 아끼지 않았다. 톰이 자신이 느끼지 못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능성을 느끼고 자신도 그걸 느끼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톰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썸머가 톰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할 기회가 톰에게도 있었으나, 톰은 그 정도의 인내심과 이해심은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단지, 톰은 썸머에게 도화선을 당길 수는 있었지만 타들어가 끝내 발화할 정도까지의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썸머는 결국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봐주는 사람에게 내일을 주었다. 톰은 썸머의 응원을 기억하며 카드회사를 퇴직하고 건축가로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며 성숙해진다. -그랬기에 면접에서 어텀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건축가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면접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므로. 이것이 썸머가 말한 운명의 단초다.- 만약 톰이 아니라 썸머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면, 뭔가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과 ‘맞는 사람’ 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것일까? 내가 닭날개를 좋아하는데 닭날개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처음엔 통하는 것 같아 좋겠지만 치킨을 먹을 때 날개는 두 개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나를 위해 좋아하는 부위를 양보해줄 수 있는 사람.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자. 둥글기만 한 원은 보기엔 모난 곳이 없지만 그 원끼리 맞닿으면 헛돌기만 한다. 톱니바퀴는 잘 굴러가지도 않고 뾰족뾰족 모난 곳이 많지만 다른 톱니와 맞닿으면 크기가 다르더라도 서로 맞물려 에너지를 만든다. 서로의 모난 곳 다른 곳을 채우며 살아가는 것, 내가 먼저 상대와 나의 비슷한 점을 보며 용기 내는 것, 그것이 인연이다. 그 때에 두 톱니바퀴는 하나가 된다. 남자와 여자가 연인과 부부라는 하나의 ‘우리’가 되는 것처럼.
P.S : 톰과 썸머의 관계, 남자와 여자의 만남의 문제를 오히려 연애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톰의 친구들이나 아니면 이런 감정을 이해하기엔 어리다고 생각되는 레이첼이 더 잘 짚어내는 것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남녀관계는 나이나 경험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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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사진이랑 내용이 중구난방이네요.^^ 참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은 듭니다. 인물들을 완전히 공감하고 이해하기엔 아직 제가 어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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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초연의 자막과 재개봉판의 자막이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가 미국식 조크와 언어유희가 꽤 많아서 스무스한 번역이 굉장히 어렵죠. 이를테면 Anal girl(Analize girl을 이용한 언어유희) 이 초연에서는 '항문걸'로 번역되지 않았어요. 항상 묻고 따지며 분석해서 항문걸이라 하는데 번역질이 높아진 것도 재개봉판의 재미 중 하나더군요. 초반에 언급되는 시드와 낸시의 일화 역시 영미권 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록을 좋아해서 시드 비셔스를 알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려운 맥락이기도 한데, 이런 부분 주석이 재개봉판에서도 빠졌더라고요. 차치하고 이래저래 수작인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 ) 리뷰 작성을 위해 캡쳐가 필요해서 초연판을 돌려 보았는데 보면서 인물들이 이때 이렇게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늘 행복하세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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