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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야 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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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9-15 10:58:57 조회: 649  /  추천: 6  /  반대: 0  /  댓글: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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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에 디스크 시술을 앞둔 순우 형이 그전에 필드나 한번 다녀오자고 해서 조인으로 라운딩을 다녀왔다. 장소는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운영하는 코스카CC. 몇 번 가본 곳인데, 그린피도 합리적이고 코스 관리가 웬만한 회원제 골프장 못지않아 가성비가 일품인 곳이다.

감기몸살이 아직 다 낫지 않았지만, 최근 몸에 힘을 빼고 스윙하는 법을 조금 깨달은 터라 내심 기대를 품고 출발했다. 물론 골프장에 갈 때마다 '오늘은 이렇게 쳐보자' 단단히 벼르고 가지만, 몇 홀만 마음대로 안 맞아도 금세 원래 폼으로 돌아가 치던 날들이 허다했다.

조인으로 만난 분들은 우리보다 연배가 조금 더 높아 보였다. 2대 2 조인 라운딩을 하다 보면 은근히 카트 자리 배정이 신경 쓰인다. 가장 속 편한 건 상대 팀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그에 맞추어 남는 자리에 앉는 것이다. 어떤 팀은 일행끼리 뒷좌석에 나란히 앉길 원하고, 커플이나 부부는 뒷좌석에 함께 앉거나 여성 골퍼를 앞자리에 태우기도 한다. 이번 팀은 자연스럽게 앞좌석과 바로 뒷좌석에 한 자리씩을 먼저 잡으셨다. 가볍게 몸을 풀고 본격적인 라운딩을 시작했다.

더위가 가시고 제법 선선해져 공 치기엔 최고의 날씨였다. 순우 형과 나는 80대 중반 타수를 유지하고 있고 나름의 매너도 배어 있어, 어떤 상대를 만나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이어가는 편이다.

"자, 오늘은 백스윙 작게 하고, 상체에 힘 빼고 하체 리드로 쳐보자." 가장 떨린다는 첫 홀 티샷. 거리는 조금 덜 나갔지만 다행히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잘 날아갔다. 스윙하는 내내 스코어보다는 몸에 힘을 빼는 데 집중했다. 몇 홀 지나지 않아 아이언의 찰진 타감이 샤프트를 타고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반 홀이 끝나고 대기하는 동안 챙겨 온 크래커를 나누어 드렸더니, 상대 팀 멤버 중 한 분이 가방에서 다과를 한 움큼 꺼내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분들은 20년 동안 같이 공을 치러 다닌 사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 10년째라며 맞장구를 치다 보니 분위기가 한결 화기애애해졌다. 보통 모르는 사람들과 칠 때는 어디서 오셨는지, 구력은 어떻게 되시는지 정도만 스몰 토크로 묻곤 한다. 부천 토박이라는 그분에게 나 역시 30년 전 부천에 있는 회사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건네며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후반 홀이 시작되고, 나는 상대 팀 고수분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폼이 화려하거나 멋지진 않아도 크게 무너지는 실수는 없었다. 비거리도 평범했고 매번 굿샷을 날리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나왔을 때의 리커버리가 기가 막혔고, 퍼팅은 예술에 가까웠다. 라운딩이 끝날 무렵, 그분에게 "제가 선생님처럼 치는 게 목표입니다" 하고 꾸밈없는 진심을 건넸다.

오늘 스코어는 늘 치던 평균 타수였지만, 처음으로 몸에 잔뜩 힘을 주지 않고 18홀을 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기하게도 허리나 다리가 아프지 않고 피로감도 훨씬 덜했다. 골프도 삶도, 잔뜩 들어간 어깨에 힘을 빼야 탈 없이 흘러가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추천 6 반대 0

댓글목록

이런 글 너무 좋아요.글을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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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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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한 편의 수필을 쓰시네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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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글에 답글 달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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